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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명 장애인들, 안마사협회 앞 농성


31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대한안마사협회 건물. 시각장애인들의 구호가 징, 꽹과리, 마이크 소리와 어울려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전 내내 구호를 외치던 시각장애인들은 후련한 듯 가슴을 쓸어 내리며 점심시간을 맞는다.

지난 25일부터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은 대한안마사협회 부설 안마수련원의 교육생들로, 사고나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어버린 이른바 '중도실명자'들이다. 안마수련원은 이러한 중도실명자들의 재활을 목적으로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70여 명의 교육생을 두고 있다.

이번 농성은 학생회장에 대한 징계에서 촉발됐다. 교육생 김용호('안마수련원 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 학생대표) 씨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 있던 시점에서 수업시간 중 학생회장과 교사간에 다툼이 발생했고, 이에 수련원측이 학생회장에 대한 일방적인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련원 이사의 발언이 교육생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학생측과 수련원측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문제의 발언은 "거지도 동냥을 하려면 머리를 조아리는데, 안마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지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 교육생들은 이를 '인신모독'으로 받아들여 이사의 공개사과를 요청했지만, 수련원측은 '실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수련원측은 또 학생회장 징계는 교권확립 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곰팡이 핀 지하실이 교육장

이처럼 사태의 발단은 양측의 감정대립이었지만, 문제가 확대되면서 수련원 내의 각종 문제점들도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우선 열악한 교육환경 문제. 지하에 위치한 역삼동 안마수련원의 교육장은 계단참에서부터 곰팡이 냄새가 엄습한다. 김용호 대표는 "탁한 공기와 습기 때문에 각종 질환을 앓는 학생들이 많다"고 밝혔다. 더구나, 지하 교육장의 출입구는 현관으로 연결된 계단이 유일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시각장애인들로선 대형사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또 한가지는 맹아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수료조건. 이곳 교육생들은 2년의 교육기간을 수료한 뒤, 안마사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1년 220일의 수업일수 중 40일 이상 결석하거나 과목당 60점이상을 받지 못하면, 수료가 유보된다. 반면 맹아학교의 경우, 70-80일의 결석일수를 인정해주는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있다.

김성곤 수련원 동문 대표는 "교육생 중에는 60세 이상도 있고,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당연히 수업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련원은 능력평가보다도 희망과 배려를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장은 "안마도 일종의 의료행위이므로, 최소한의 자격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결석일수는 늘릴 수 있지만, 60점이라는 기준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시각장애인들과 수련원 측 모두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가 빨리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