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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강제전향' 철회 양심선언

장기수 김영식 씨, "고문에 의한 것"


국보법 위반 혐의로 26년간 복역했던 장기수 김영식(67, 전주 거주) 씨가 자신의 전향을 철회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김씨의 전향철회는 지난 99년 정순택, 유연철 씨가 공개적으로 전향을 철회한 이후 처음이다.

김씨는 29일 전주 고백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조직적인 고문과 강압에 못 이겨 전향을 했다"며 "강제전향은 나의 의사가 아닌 고문에 의한 것이기에 전향취소를 명백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김씨는 "세월도 화해의 길로 가는데 나만이 마음속에 응어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너무 괴로웠다"며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을 벗고 안정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히고 북송을 요구했다.

김씨는 작년 9월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 장병락 씨와 함께 62년 남파됐다가 부산에서 체포됐다. 기자회견에는 박봉현, 김기찬, 오기태 씨 등 장기수 11명, 한상열 목사, 문규현 신부 등 전북지역 종교인, 민가협 권오헌 공동의장, 장명수 우석대 총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북종교인협의회(회장 한상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향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중 삼중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사람에게 양심의 자유를 찾아줄 것"과 "북송을 원하는 모든 장기수들을 북으로 송환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김씨의 전향 공작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문승호 교회사·정화선 간수 등 4명, 같이 복역하던 폭력 사범 원심실 등 6명이다. 회견에서는 또 강제 전향 공작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김기호·신춘복 씨, 고문후유증으로 사망한 변치수 씨의 사례도 공개됐다.

김씨에 대한 강제전향 공작은 김대중 납치사건 직후 73년 가을 광주교도소에서 2개월에 걸쳐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전향공작반은 김씨에게 구타, 물고문, 고춧가루 고문은 물론 폭력사범을 동원해 폭행을 '교사'하기도 했다. 김씨는 전향 후 15년 동안 옥살이를 더하다가 88년에 출소했다.

민가협 권오헌 공동의장은 "63명의 장기수들이 북송됐지만 아직도 많은 장기수들이 전향이라는 멍에 때문에 북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조사 작업과 여러 단체들간의 협력을 통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북송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