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버티기’ 맞서 장기투쟁 벌이는 노동자들
삼미특수강, 한성컨트리클럽, 멀티데이타시스템, 군산 개정병원. 이상은 대표적인 ‘장기투쟁’ 사업장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짧게는 1백일, 길게는 4년 넘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그 동안 거리홍보, 단식농성, 노숙투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회사측의 부당한 처우와 자신들의 상황을 알려 왔다. 또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부터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정부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투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국순회투쟁단」(단장 황명진, 아래 순회투쟁단)을 구성해 지난 3월 26일부터 9박10일간 전국의 장기투쟁 사업장을 순회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순회투쟁의 목표는 △장기투쟁 사업장들의 현안에 대한 사회 쟁점화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조탄압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이었고, 지역주민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 지방노동사무소 항의방문 등을 진행했다.
4일 과천 노동부 앞에서 순회투쟁 해단식을 가졌던 황명진 단장은 전국 각지의 장기투쟁 사업장 현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장기투쟁 사업장이나 노동자들이 힘없이 당하는 모습은 똑같습디다”, “21세기 한국이라고 하지만 교섭을 해태하는거나 부당해고에 거짓 직장폐쇄까지,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형태는 아직도 그대로인 게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황 단장은 순회투쟁 기간 중에 군산개정병원을 방문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군산개정병원은 지난 99년부터 7백일 넘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 장기투쟁 사업장이다. 군산개정병원 이상용 이사장은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을 벌이자 곧바로 직원을 해고하고 직장을 폐쇄하는 등 노조 활동을 전면적으로 방해했다. 이런 개정병원 노동자들과 순회투쟁단이 만난 곳은 군산노동사무소 앞. 보건의료노조 개정병원지부 김은혜 지부장은 순회투쟁단을 보자마자 가슴이 벅차 눈물부터 흘렸다고 한다.
멀티데이타시스템 이성호 위원장도 “김 지부장이 사측과 힘겹게 싸워왔던 얘기, 사업주가 갖가지 방법으로 노조를 억압한 얘기들을 울먹이며 전할 때 순회투쟁단 또한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며 “장기투쟁 사업장이 대부분 중소사업장인 것을 보면, 흩어져 있는 힘들을 모을 수 있는 연대의 틀을 더욱 튼튼히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