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제출, 복면금지, 명단공개, 취업제한…
정부가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6일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법무부․행정자치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국정홍보처장, 재정경제부․교육인적자원부․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집회신고시 불법․폭력시위를 않겠다는 각서제출 의무화, △집회․시위 현장에서 복면착용 금지, △화염병 관련 형사처벌자 명단 공개를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화염병 사용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화염병 시위 빈발 등 해당대학의 학생관리실적에 따라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차별화하고, 화염병 시위 전력자의 공직채용 제한을 검토하며, 민간분야에서도 ‘화염병 전력’을 신규채용 때 감안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화염병 사용자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가 5일 ‘가능하지도 옳지도 않다’고 번복한 데 이어 또다시 하룻만에 집회․시위 자유의 근본을 부정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도형 변호사는 “근대형법의 원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치졸한 발상”이라며 “군사정권 때도 안하던 짓을 ‘국민의 정부’에서 시도하다니…”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집회신고 할 때 각서제출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복면착용 금지는 ‘모든 시민이 자기 얼굴을 타인에게 항상 온전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또 “일정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공직취임에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화염병 사용자의 공직취임 제한을 검토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부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정부가 이성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서(배재대 법학과) 교수도 “주최자, 질서유지인을 신고하고 집회장소도 제한하는 현행법도 집회․시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데, ‘각서’를 요구하는 것은 모든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서 교수는 특히 “화염병 시위 등 학생관리실적에 따라 해당대학에 행정․재정적 차별을 하겠다는 것은 학생을 감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7․80년대 대학의 일상적 감시체제가 다시 부활하는 셈”이라고 규정했다.
민가협의 채은아 활동가는 “정부가 터무니없는 발상을 쏟아놓고 이 중 하나라도 건지려는 것 같다”며 “시민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화염병을 부른 정부가 이런 기만책만 내놓는다면 더욱 격렬한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가협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7일 예정된 총회에서 ‘화염병 엄단’에 대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