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벌어질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예년과 달리 보다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월드컵 대비 등을 이유로 내세워 경찰청이 일선에 내려보낸 지침을 읽다보니 "과격·폭력시위 주동자는 현장에서 검거하고, 불법행위는 채증을 토대로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하라"는 대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예전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마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경찰청의 이번 지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중 작년 4월 6일 정부가 발표한 화염병 종합대책 중 "화염병 시위자는 전원 현장에서 검거하고 사후에도 사진촬영과 신원확인을 통해 끝까지 추적 검거한다"는 부분이 필자의 머리에 새삼 떠오른다. 당시의 종합대책은 이른바 과격·폭력 시위의 원인을 오로지 집회·시위자에게서만 찾고자 했을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무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뒤이어 4월 10일 부평에서 터진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행사건으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이 스르르 꼬리를 감추면서 그 대책에 포함된 내용에 대한 비판도 함께 잠잠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작년 10월 23일에 86개의 단체가 참여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 완전쟁취를 위한 연석회의'가 발족하면서 집시법 개정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집시법 개정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나온 논의를 살펴보니 이번처럼 "…불법행위는 채증을 토대로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하라"는 식의 경찰청의 지시에 대응할 만한 법리적 검토부분은 빠져있는 듯하다. 지난 해 노동절 집회를 둘러싸고 경찰청과 민주노총 측이 논쟁을 한바탕 벌인 적도 있거니와 경찰 채증팀이 집회현장에 대거 투입되어 집회와 시위의 현장을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는 문제는 법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집회·시위란 기본적으로 국가의 감시·통제로부터 자유롭다. 경찰이 비디오 등을 집회현장이나 부근에 설치하여 집회와 시위과정을 촬영하는 행위는 그래서 그 자체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한 제한·침해행위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려면 법률적 근거 등이 필요하다. 촬영을 하더라도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경찰청은 그냥 두루뭉수리 하게 불법행위에 대한 '채증'활동이라고 하여 경찰의 집회·시위 현장 촬영행위를 '표현'하고 정당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식의 접근은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집시법 개정을 통해 집회촬영행위의 법적 근거와 한계를 분명히 해야한다. 촬영이 가능한 사유, 촬영방식, 촬영자료의 관리 및 폐기에 관한 법적 근거 등이 집시법 개정을 통해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계수 : 울산대 법학부 교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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