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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종로서장, ‘1인시위 불법’ 망언

사실상 ‘허가제’ 집회시위, 집시법 개정해야


현직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국가의 의무를 팽개치고 어떻게든 집회시위를 못하게 하려고 나섰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되는 집시법이 만들어 낸 1인시위, 인간띠잇기 시위가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집회시위를 최대한 제한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 것이다.

24일 서울 종로경찰서 정광섭 서장은 ‘준법과 포용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개인명의 문건을 관내 기자실에 배부해 “1인시위가 분명히 위법이라는 것이 확고한 나의 견해”라고 주장했다. 정 서장은 또 “이어가기 방식이나 일정 간격으로 건물을 에워싸는 방식의 1인시위는 ‘2인 이상의 집회’가 분명하기 때문에 집시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실정법을 교묘히 이용해 집회금지 장소에서 1인시위를 하는 것은 국가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도 이행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공권력 집행자의 ‘최소한의 의무’를 망각한 것이다.

정 서장은 심지어 “법 절차를 무시하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거리로 나온다면 거리는 온통 1인 시위자로 가득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종로경찰서는 이미 명백히 1인시위를 침해한 적이 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4월13일 1인 시위중인 건설운송노조 조합원 김순환(40) 씨를 연행해 즉심에 회부한 일이 있다. 당시 김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사망했다’는 상징으로 ‘미이라 복장’을 한 채 시위 중이었는데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경범죄 혐의를 씌워 강제로 연행한 것이다. 경범죄는 신원이 불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현행범이라 해도 연행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 경찰은 김씨가 신원을 밝혔는데도 강제연행하여 당시 물의를 일으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1인시위 대부분은 이른바 ‘집회금지 장소’에서 진행된다. 대사관이나 국회 또는 법원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싶어도 현행 집시법 상 집회를 열 수가 없다. 삼성과 같은 경우는 이런 점을 악용해 회사 본관에 대사관을 유치하고 회사 앞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았다. 이런 이유로 사회단체들은 어쩔 수 없이 ‘변칙적인’ 1인시위를 개발했다.

문건 소식을 접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종로서장의 망발에서 ‘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어떻게 하면 보장해줄까 보다는 눈엣가시 같은 집회시위를 어떻게 하면 못하게 할까’에만 몰두하는 일그러진 경찰의 자화상을 확인한다”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종로경찰행정을 책임질 자질이 없는 서장은 즉각 파면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남규선 총무도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천박한 집회시위관을 갖고 뻔뻔하게 말을 할 수 있는지 황당하다”며 “1인시위는 집회금지장소로 인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우리나라만의 시위형식으로 이는 결국 집시법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 총무는 또 “말로는 신고제이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되고 있는 현행 집시법이 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