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신고제라는 이름의 검열
학술발표에서 배제대학교 법학부 김종서 교수는 “신고제가 금지통고제와 함께 관리와 통제로 기능하며 사실상 집회검열로 운용된다.”고 지적했다. 즉 사전신고제→금지통보→벌칙규정이 사실상 서로 결합되어 검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집회 검열의 작동방식은 언론 검열과 비교해봄으로써 명확해진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검열이란 1)허가를 받기위한 표현물의 제출 의무 2)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3)허가를 받지 아니한 표현의 금지 4)심사절차를 강제할 수 있는 강제수단’ 이라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언론 검열의 조건은 집회의 사전신고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집시법 6조에 의하면 집회의 목적, 주최자, 일시와 장소, 진로, 사용물품을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점: 이 신고내용은 표현물과 같음(1), △신고 된 내용은 관할 경찰서장이 주체가 되어 신고서 미비여부, 금지된 장소에서의 개최여부, 교통방해 여부 등을 사전심사 하는 점: 광범위한 경철서장의 재량권 행사(2), △금지통보를 받은 집회는 개최하고 어렵고 미신고집회에 대해 해산명령과 처벌 강제(3), △심사절차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금지통보를 받은 집회주최에 대한 처벌(4)이 사전검열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김종서 교수는 “언론검열제의 위헌성에 비추어 볼 때, 집회의 사전신고제 또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사전신고제는 사실상 허가제
또한 미리 신고를 한 집회라고 해서 모두 자유롭지 않다. 현행 집시법은 △신고서 보완의 불이행, △동일 장소에서 복수 집회의 경합, △주거지역‧학교‧군사시설 주변, 관공서 등 금지장소 주변, △교통소통 등 금지사유가 있을 때, 관할 경찰서장의 판단에 따라 금지통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집회의 개최 여부는 관할 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는 셈이다. 관할경찰서장이 금지통고를 내면 불허가 되고, 금지통고를 내지 않으면 허가가 되는 꼴이다. 김종서 교수는 “사실상, 관할 경찰서장의 심사에 따른 허가제나 다름없다. 사전신고제가 금지통고제와 결합하면서 헌법이 금지한 ‘허가제’로 둔갑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전신고제가 헌법에 부합하려면
헌법재판소는 사전신고제에 대해, ‘경찰관청 등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협력의무로서의 신고’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헌법재판소의 해석과 다르다. 경찰은 집회신고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집회의 목적, 내용, 형식을 집시법 규정에 비추어 보고 금지통고를 내거나, 개최된 집회에 대해서는 신고된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뿐이다. 사전신고제의 애당초 취지대로라면, 즉 경찰이 집회신고를 접수하고 순조로운 개최를 위해 준비한다면, 주요도로에서도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하거나, 동일 장소에서 여러 집회가 예정될 때 모두 개최되도록 장소나 시간을 안배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는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금지되고, 동일 장소에 여러 집회가 신고 되면 나중에 접수된 집회는 금지된다. 경찰은 기본권 행사나 집회 개최를 위한 협조는 안중에도 없고, 다만 집시법 규정에 따라 통제할 뿐이다.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해산명령 정당화될 수 없어
집회신고를 해도 금지통보를 받거나,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은 미신고집회라고 처벌받다 보니, 자연스레 집회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화된다. 미신고집회를 처벌하는 것은 집시법 20조2항과 24조5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 이호중 교수는 “경찰권 행사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 따르면 미신고집회라는 것만으로 해산명령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제한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경찰의 해산명령은 미신고집회가 폭력행위로 비화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이호중 교수는 지적했다. 경찰의 위험 방지·제거에 적합한 제한 조치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법원에서도 미신고집회에 대한 경찰의 해산명령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2010년 2월 25일 대전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동현 판사는 대전 전교조 소속 간부 3명이 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대해 “참가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하고 구호를 외친 것 외에 아무런 폭력이나 물리력이 동원되지 않았으며 시위대가 인도를 벗어나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지도 않은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관할 경찰서장은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만을 들어 해산명령을 하였으니 그 해산명령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호중 교수는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신고제는 국가가 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집회주최자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합헌적으로 적용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평화적인 집회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 범위 속에 들어와 보호되고 신고의무를 둔다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정절차의 협조에 불과하며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
자유롭고 평화로운 의사표현 수단이 모두 미신고집회라는 딱지가 붙어 금지되고 해산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하위법인 집시법이 밟고 서, 여기저기 금지통고가 남발되고 있다. 사전신고제가 계속해서 존재하는 한, 미신고집회에 대한 처벌이 유지되는 한, 집회는 더 이상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장으로, 권력 비판의 장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권력이 허락하는 선에 머물고 말 것이다. 사전신고제의 폐단을 해결하고, 집시법을 다시 살피지 않으면, 우리는 ‘집회의 자유’를 법전에서나 읽어볼 수 있을 뿐, 결코 실제로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덧붙임
인복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