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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평화적 집회의 자유 확장을 위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권력기관마다 부는 개혁바람을 타고 경찰청도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며 경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수사권-기소권 조정이라는 현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권친화적 경찰이 되라는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인권단체들이 함께 하는 공권력감시대응팀에서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 위한 인권정책 시행”을 포함해 시급한 필수인권과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경찰개혁위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①집회·시위 ‘관리’, ‘대응’에서 집회·시위 ‘보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②‘온라인 집회·시위 신고 시스템’ 도입과 변경신고 절차 마련 등 신고절차의 개선 ③금지(제한)통고 및 조건통보 최소화 기준 마련 ④살수차, 차벽 퇴출 등 집회·시위 대응절차 개선 ⑤인권친화적으로 해산절차 개선 ⑥식별표지, 무전망 녹음 등 경찰권 행사의 투명성 확보 등의 방향을 담고 있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권리장전을 마련하는 것이라 자평하며, 경찰청장은 모든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집회를 범죄 취급해왔던 경찰이건만

이러한 경찰의 태도가 낯설 만큼 우리가 접해온 경찰은 언제나 집회를 범죄시 해왔고, 집회참여자는 ‘일반시민’과는 구분되는 ‘불법행위자’로 취급되었다. 가로막고, 채증하고, 항의하면 “대꾸하지 말라”는 명령이 하달되고, 법적근거가 뭔지 지휘관이 누군지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소화기, 최루액, 살수차 등 온갖 장비들을 동원해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도 사과할 수 없다’던 경찰이었다.

이미 10년 전인 2008년 촛불집회 때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어 위주의 경비원칙 엄수’, ‘식별표식 부착’, ‘살수차 법적 규정 마련’ 등의 권고한 바 있다. 그때는 수용 못하겠다더니 수사권 조정이 현안으로 걸려있는 지금은 ‘인권경찰’ 운운하며 온갖 개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적법하지 않더라도 평화적 집회라면 헌법상 보호해야 한다고 수년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이야기했지만, 그동안 매년 주요업무계획과 집회시위관리지침을 통해 준법집회만을 보호하며 사소한 불법행위부터 엄정하게 대응하고 집회 시간과 장소의 제한요건을 확장하려는 등 집회시위 권리의 통제에만 노력해온 경찰이다.

경찰개혁위 권고에 따라 관련 내용을 반영한 집시법 개정안이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온라인 집회신고 등 집회 신고 편의를 위한 소폭 개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찰청의 방침은 집회 금지·제한통고를 ‘최소화’하는 기준을 만들고, 기자회견의 평화적 진행을 ‘최대한’ 보장하며, 일반교통방해죄 미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등 집시법의 독소 조항은 건드리지 않고 경찰의 관행을 조금 개선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경찰의 잣대에 따라 언제든 집회시위의 권리가 축소될 수 있는 것이다.

작년 봄 “광장을 열자! 백남기를 기억하자!” 캠페인을 진행하며 받은 서명을 모아 물대포 추방, 차벽설치 금지, 집회금지장소 삭제, 교통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금지 삭제를 골자로 하는 경집법-집시법 개정 입법청원을 했지만,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집시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겨울 광장을 넘어 청와대를 에워쌓던 촛불은 독소조항이 가득한 현행 집시법으로는 언제든 불법으로 탄압받고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집회의 자유 행사를 범죄로 만드는 수사와 기소, 그에 따른 벌금 폭탄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집시법 전면개정을 위한 활동을 해나가려고 한다.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를 평화적 집회의 보호라는 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인권단체들이 요구해왔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16년 방한했던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대한민국 정부 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이것은 정부가 집회 개최를 더욱 폭넓게 허용하고 과도한 제한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위와 집회를 골칫거리로 바라보아서 ‘법과 질서’에 따른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가하는 경우 일상의 혼란은 예상될 수 있는 것이며 권리가 침해되지 않기 위해 이는 용인되어야 한다.”

-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대한민국 보고서 (2016.6.15.)

 

집시법 전면개정의 주 내용으로 집시법의 목적을 적법한 집회에서 평화적 집회 보장으로 바꾸고, 사실상 허가제로 기능하는 신고제 전면 개선, 금지통고 폐지, 시간·장소 제한 폐지 등이 되어야 한다는 고민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나누며 현장에서 함께 싸워왔던 활동가, 변호사, 학자들과 함께 하는 집담회를 시작으로 현행 집시법의 문제점과 개정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과 내용을 벼려가는 시간을 가져가고자 한다. 권력에 따라 언제든지 위축될 수 있는 집회시위의 권리가 아닌, 우리 스스로 제대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지켜가는 과정이 되길! 집시법 전면개정 활동이 평화적 집회의 자유 확장으로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