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와 재앙의 진원을 밝히는 영화 11편
48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 ‘잃어버린 국가’를 건설한다. 2천년 동안 전세계를 유랑하던 유태민족에게는 치욕의 역사를 속죄하는 감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주인 아랍민족에게 ‘이스라엘의 건국’은 이미 영국의 식민통치로 인해 착취와 굶주림에 시달려온 그들을 더욱 더 혹독한 시련으로 내모는 재앙의 진원이 되었다.
5.5 인권영화제는 이슈포커스-‘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성찰’이라는 특별섹션으로 21세기에도 총성과 진혼의 행렬이 그치지 않는 팔레스타인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세기 이상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다중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민중들의 고난의 역사와 재앙의 진원을 밝혀보는 것이 인권영화제 의도이다. 이 곳 민중들의 인권이 반세기가 넘도록 난민촌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의롭고 용기있는 작품을 선별하려 애썼다.
인권영화제는 모두 11편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영화인 그리고 외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82년에 제작된 것부터 올해 작품까지 선별했다. 개막작 <세 개의 보석이야기>는 97년 상영된 <갈릴리에서의 결혼>의 감독 미쉘 클레이피의 최근작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화작가로 아랍민중들이 겪고 있는 풍상을 아이들의 우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귀환없는 평화?> 역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속내를 들어볼 수 있는 작품. 정착촌을 지키는 이스라엘 군인의 총격에 맞서 돌팔매로 응수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이 영화에서 정치적 흥정에 밀려난 아랍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인티파타(저항운동)가 지속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스라엘인의 눈으로 이스라엘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 귀기울여 보고 싶다면 <기억의 노예> <119발의 총성+3> <군인일기>를 놓치지 마시길. 앞의 두 작품은 시오니즘이 극단주의로 변이되는 과정을 소름끼치게 느끼게 해주며 <군인일기>에선 이스라엘 정착민의 사병으로 전락한 군인들의 ‘양심선언’을 들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영화작가 아모스 기타이의 <필드 다이어리> 또한 권하고 싶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이스라엘의 폭력과 불관용을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그의 작품 중 수작에 손꼽힌다. 작품은 카메라의 진보적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