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사진 논란, 교사 사이트도 폐쇄
“이 사이트는 학교라는 존재를 철저히 비판함을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 자퇴나 가출을 긍정적으로 표현하여 이를 유도하는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심히 우려되는 바 이용해지를 심의 의결함.”
정부통신윤리위원회가 ‘불건전 정보 단속’을 위해 ‘전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연달아 2곳의 사이트를 폐쇄했다.
자퇴생들의 온라인 모임인 아이노스쿨넷(Inoschool.net, 아래 노스쿨 사이트)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5월 15일 폐쇄를 결정했다. 노스쿨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16조 불온통신 조항 중 3항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에 해당한다는 것. 결국 노스쿨 사이트는 지난 8일 일방적으로 폐쇄됐다.
정보통신윤리위 사무국 유호경 심의조정부장은 “노스쿨 사이트에 학교를 그만두는 방법, 부모님께 자퇴 허락을 얻는 방법 등의 글이 올라가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노스쿨 사이트 운영자 김진혁 씨는 사이트가 폐쇄된 직후 정보통신윤리위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렸다. “학교를 비판하였다고 폐쇄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노스쿨은 불건전한 정보문화를 확산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어 “시정할 시간을 주지 않고 즉각폐쇄를 결정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하고, “폐쇄조치는 ‘학교 밖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고정관념에서 결정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 부장에 따르면 노스쿨 사이트 개설목적은 △학교 밖의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학교라는 존재를 비판하며 △이 세상에서 자퇴생을 보는 편견을 극복하여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이 학교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노스쿨 사이트의 개설목적은 ‘자퇴나 가출을 유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또한 노스쿨은 “오로지 자퇴를 하려는 사람이 의견을 나누고 자퇴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라며, “자퇴는 자신의 뜻”이며 “자퇴하라고 외치지 말아 달라”고 밝히고 있다고 윤 부장은 밝혔다.
‘나체사진’ 사이트도 폐쇄
노스쿨 사이트 폐쇄에 앞서 7일에는 정보통신윤리위 권고에 따라 김인규(39, 충남 서천 비인중학교) 교사 개인사이트의 초기화면이 삭제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한 상임전문위원이 자의적으로 음란물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김 교사 사이트에 있는 ‘나체사진’이 전문가들의 검토 및 문화예술단체들의 주장을 통해 음란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검증됐다”며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진행중임을 고려한다면 정보통신윤리위의 자의적 판단 및 삭제요청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윤리위가 노스쿨, 김인규 교사 사이트 폐쇄의 근거로 삼은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불온통신’ 규정. 민족예술인총연합은 12일 논평을 통해 “미술교사 김인규 씨 사이트 폐쇄는 ‘민원이 너무 많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이는 국가가 행정적 차원에서 예술가 개인의 작품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추상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예총은 이어 “이런 논리가 낳은 행정적 폐단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문화예술의 위축을 가져와 사회발전을 심각히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예총은 또 “정보통신윤리위가 홈페이지를 폐쇄하면서 제시한 ‘불온’은 누가 보아도 자의적”이라며 “이런 잣대를 적용한다면 어떤 사이트든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대전지법 홍성지원 김재환 판사는 12일 김인규 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증거가 이미 확보됐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최기원 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음란성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당사자가 자유롭게 공판과정에서 사실유무를 밝힐 수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