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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자건강카드, ‘초감시국가 발상’

인권사회단체 전면반대, “일상생활까지 관리”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충격을 틈타 전자건강카드 도입을 졸속 강행하려는 보건복지부에 인권사회단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사회진보연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46개 인권사회단체는 21일 오전 10시 기독교연합회관 902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허위 청구를 방지하지도 못하고 개인정보까지 유출하는 전자건강카드의 시행방침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는 “전자건강카드는 개인정보를 국가가 통제하여 국민에 대한 초감시국가를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자건강카드가 신용카드․교통카드의 기능을 겸하게 될 때, 개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산망을 통해 저장된다”며, “이렇게 됐을 때 국가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보만의 연계가 적극 검토되고 있기에, 소수의 관료집단에 의해 국민 개개인의 정보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인 강내희 교수(중앙대 영문학)는 이와 같은 상황을 러시아에 빗대었다. 현재 러시아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마피아는 구소련의 지배관료 출신. 강 교수는 “관료집단이 타락할 경우에 국민들이 직면하게 될 무시무시한 상황”을 상상해 보라며, “특히 소수의 관료집단이 국민들의 정보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료집단이 개인정보 ‘좌지우지’

한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전자건강카드 발급대상은 주민등록증 발급대상 3천6백만여 명을 훨씬 초과한 4천5백만여 명이며, 전자건강카드에 사용될 IC칩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인적사항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 등 개인병력 사항을 한꺼번에 수록할 수 있다. 또한 의료비 결제 등의 필요성으로 신용카드와의 연계가 적극 검토되고 있기에, 소수의 관료집단에 의해 국민 개개인의 정보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민중연대 강동진 건강보험특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진료비의 부당허위 청구 근절’에도 전자건강카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진료비의 부당허위 청구는 병원․약국․환자의 진료비 담합과 처방후 진료비 청구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전자건강카드는 이에 대해 속수무책이라는 것. 처방 후 7일 이내에 전자건강카드를 가져와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전자건강카드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침묵하는 가운데, 전자건강카드 시행의 근거를 제공하게 될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안이 지난 18일 국회에 회부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안을 오는 26일경 상임위에 상정하고 27일 법사위원회 및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태세다. 따라서 전자건강카드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인권사회단체들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