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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괴한, 노래단체 엿보다 붙잡히다

적어준 직장 연락처, 국정원 구내전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40대 남자가 노래단체 ‘우리나라’ 사무실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우리나라’ 단원들은 지난 27일 오후 4시 30분 경 사무실 창 밖에서 사진을 찍고 달아나던 이대식 씨를 붙잡았으며, 이 씨가 떨어뜨린 메모지에서 단원 000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씨는 단원들에게 붙잡힌 직후 카메라 뚜껑을 열고 필름을 훼손시켜 증거물을 없앴다. 당시 사무실 인근에는 이 씨를 태우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경기32두9334)과 운전자가 대기중이었으며, 이 차량은 경찰차가 출동하자 황급히 사라졌다고 ‘우리나라’ 측은 전했다. ‘우리나라’ 측은 “주차된 차량 안에 ‘우리나라’라는 우리단체 이름이 적혀있는 서류봉투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단원들은 30여분 후 이 씨를 데리고 인근 ‘서교파출소’로 이동했으며, 경찰은 문제의 남자가 60년생 이대식이라고 확인했다. 이 씨는 자신의 직업을 ‘대왕양산’ 영업과장이라고 주장했으며, 직장 전화번호(02-3414-9553)를 단원들에게 직접 적어줬다.

단원들은 “3414-9553번 쪽에서는 세 차례나 이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다가, 이 씨가 누군가와 핸드폰 통화를 한 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상호는 이야기할 수 없으나 그런 사람은 근무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밝혔다.

한편, 문제의 전화번호는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 구내전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우리나라’ 측은 국정원의 사찰행위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로 했으며, “우리를 사찰한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고, 불법사찰을 벌인 직원 ‘이대식’을 즉각 파면할 것”을 주장했다. 9553번쪽은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대식이라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으며, 기자가 거듭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신호음이 계속되거나 수화기만 들었다 놓는 등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씨의 사진, 망가뜨린 필름, 전화번호를 적은 자필 메모 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창립된 노래단체로서, ‘경의선을 타고’ 등 통일노래를 창작 보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