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비방' 문제삼아 사이버 항의 원천봉쇄
지난 9일 정보통신부(장관 양승택, 아래 정통부)는 자신의 홈페이지(www.mic.go.kr) 자유게시판을 돌연 폐쇄했다. 현재 그곳에는 "일부 네티즌들이 자유게시판의 익명성 등을 악용하여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급증해 … 부득이 자유게시판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되어 있다.
정통부 정보전산과 조규조 담당관은 "자유게시판의 글들은 욕설이나 비방, 명예훼손이 주류"라며, "이는 정부정책이나 개선사항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유게시판 원래의 기능이 아니"라고 폐쇄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이버 민원실, 전자공청회, 장관과의 대화방 등의 의견수렴 창구가 있기 때문에 "(게시판 폐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정통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기존 공무원들이 내부고발을 위해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유게시판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명을 전제로 운영되는 사이버 민원실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한 것. 장 실장은 덧붙여 "익명으로 누구나 와서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이 가져온 민주주의적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참여연대 김보영 간사는 "지금까지 국민들은 공개적으로 토론하거나 논의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욕설·비방 등에 대해 "이러한 억압적인 문화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가장 이용율이 높은"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 또한 김 간사는 "최근 정통부 장관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니 폐쇄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게시판은 민원을 제기하는 창구 이외에 대중들에게 회자되는 내용을 다른 이용자가 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 김 간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이버 민원실 등에 올려진 글은 당사자 이외에는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결국 정통부가 몇몇 욕설·비방 게시물들을 문제삼아 자유게시판을 폐쇄하는 바람에, 이제 정통부 홈페이지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벌어지는 합리적인 논박까지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정통부는 "초기에는 인터넷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자유게시판은 그 효용을 다 했다"고 과감히 말하고 있다. 자유게시판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 인터넷 이용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라고 믿는 이들 앞에서, 이제 겨우 활성화되기 시작한 토론문화는 또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