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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욱식의 인권이야기

생화학 테러는 남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탄저균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등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백색가루가 발견되면서 전세계가 생화학 무기 테러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9.11 테러와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복 전쟁, 그리고 미국의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보복테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조직의 보복테러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듯 '백색 공포'라고 일컬어지는 생화학무기 테러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언론과 정치권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들먹이면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이 얘기하는 북한위협론은 북한이 5천톤의 화학무기와 탄저균을 비롯한 10여종의 생물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운반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탈북자들의 증언에 기초한 확인되지 않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테러조직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및 제조기술을 구매했다는 비확인 정보까지 서슴없이 내보내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생화학 무기 테러공포와 이에 따른 미국정부의 대량살상무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반테러리즘 정책은 북미관계는 물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위험한 요인이다. 북한은 여전히 "'테러지원국'이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확산주범"으로 묘사되어 왔다. 특히 이러한 대량살상무기 제조기술을 테러조직을 비롯한 반미성향의 국가들에게 이전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미국정부가 정치적 의도와 관계없이 그렇다고 믿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악화일로로 치닫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인 위협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책을 촉구해야 할 언론 등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안전을 불안하게 할 소지가 크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강조한다면, 이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정부가 한층 대북강경책을 강화시켜도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북한 생화학무기 위협론'이 갖는 또 한가지 문제는 혹시라도 남한에서 생화학테러가 발생할 경우, 북한의 소행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는 비이성적인 여론몰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백색 공포' 확산을 북한위협론으로 쉽게 연결시키는 안보상업주의가 결코 국민들이 안전을 위한 발상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욱식 씨는「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민네트워크」 대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