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부시의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광기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기어코 아프간 민중을 살육의 현장으로 내몬 것 뿐 아니라, 각종 반인권법률을 유행처럼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우리 국가정보원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테러방지법' 이야말로 미국에서 직수입된 '광기'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테러', '빈 라덴', 그리고 '탈레반'이라는 유행어가 약발이 떨어졌다고 보였는지, 부시는 또 하나의 '유행어'를 생산하며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른바 '악의 축'.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대상으로 하는 이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자국 군수산업의 활로를 열어주고, 전 세계를 전쟁 위협 아래 놓이게 해 미국의 패권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는 19일 부시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악의 축' 발언과 부시의 방한은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다. 부시는 한국공군의 F-X 사업과 관련 미 보잉의 F-15K 무기구입을 강요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자신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제왕'의 자리를 만끽 할 것이 분명하다.
'악의 축' 발언 이후 전 세계는 부시의 오만함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국내의 여러 사회단체들과 함께 우리 또한 부시의 방한에 단호히 반대한다. '평화의 사절'이 아닌, '전쟁수출광'을 우리 민중은 결코 반길 수 없는 까닭이다. '전쟁광'을 상대로 공항에까지 영접을 나가는 한국 대통령의 비굴한 모습을 전 세계에 타전하고 싶지 않다. 한국민이 평화를 사랑하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모습을 대내외에 명확히 밝혀야 할 때다. 한국 정부는 전 세계의 여론과 평화를 사랑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해답은 바로 부시의 방한을 거절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 일말의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부시를 향해 한국정부가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