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위주 노점상 정책 바꿔야"
단속으로만 일관하는 정부의 노점상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점상들이 나섰다. 14일 낮 1시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뒤 공터에서는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울산,대전,광주,부산 등지의 노점상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점 탄압 분쇄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노점상연합(노점상연합) 김흥현 의장은 대회사에서 "실업 상태가 아니라면, 또 농촌을 살기 좋게 만든다면 우리가 굳이 노점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먹고살기 위한 자구책인 노점상을 정부는 폭력적으로 단속하고 가혹하게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노점 숫자는 2만. 이는 경제 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크게 늘어난 숫자라고 노점상연합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점상에 대해 정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속 위주의 행정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생존권 박탈과 단속 과정에서의 폭력 문제 역시 계속 제기되고 있다. 노점상연합 최인기 사무처장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대전 대덕구청의 공무원들이 노점상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노점상 연규환 씨가 얼굴과 손에 3도 화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연씨는 공무원들이 노점상 가스통을 칼로 끊어 가스가 새자 이를 잠그기 위해 다가서다 화를 입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용역업체에 단속권한을 넘기는 일이 많아 단속 과정의 폭력 사태는 물론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점상연합에 따르면, 시청이나 구청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점상 단속을 위해 철거 용역반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거기에 드는 비용이 서울 강북구청의 경우 1억5천만원, 부평구청은 2억7천만원, 일산 고양시는 1억2천만원 등 상당한 액수에 달한다.
이에 김 의장은 이날 집회에서 "단속에 동원되는 용역깡패를 해체하고 노점단속 비용을 노점상들의 자율질서 사업과 국민들의 사회복지 비용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중연대의 오종렬 공동대표는 "도시 미관 때문에 노점상을 단속한다고 하는데, 프랑스 파리, 이태리 로마에도 노점상이 많다"며, "노점상을 무조건 쓸어버릴 게 아니라 생존권을 인정하면서 도시 속에 노점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노점상 대책 전담 부서로서 새로 만들어진 서울시 시정개혁단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서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점상을 단속하는 것"이라면서, "2만개의 노점 중 시민불편지역에 있는 4천여 개의 노점을 우선 단속 대상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노점상 입장에서 생존권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점상연합의 최 사무처장은 "일단 노점상 관련 전담 부서가 새로 생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청이 일방적으로 노점상대책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단체들과 노점상단체, 시청이 노점상의 생존권과 사회복지, 지역환경 등 여러 시각에서 현 상황을 검토하고 인간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사무처장은 "이를 위해 정부는 노점상 단속을 중단하고 노점상과 사회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