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이주노조 위원장 표적 연행은 노조 탄압 의도"

아노아르 위원장 14일 새벽 연행…강제출국 위기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선언'에 법무부가 찬물을 끼얹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임을 선언하며 출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을 14일 새벽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강제 연행한 것.

16일 열린 기자회견

▲ 16일 열린 기자회견



이주노조와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아래 외노협) 등 인권사회단체들은 16일 '이주노조 탄압 분쇄와 위원장 표적연행 규탄'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해 서울사무소와 법무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주노조는 "(위원장 강제 연행은) 너무도 열악한 조건에서 착취당하는 40만 이주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탄압"이라고 항의하며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고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외노협 우삼열 사무국장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핑계로 이주노조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표적 연행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최현모 사무국장은 "현재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의 양상은 우리 사회에서 60∼70년대 노동운동에 가해진 군사 독재정권의 탄압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주장하며 "현 정부가 군사 독재정권이냐"고 일침을 놓았다.

민주노총 김혁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아노아르 위원장 표적 연행은 지난 3일 이주노조 창립 기자회견 당시 서울사무소 직원이 기자회견장에서 불법 사찰을 진행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인권하루소식 2804호 참조> 지난 14일 오전 0시 20분 경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노아르 위원장은 지하철 뚝섬역 출구로 나가던 중 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됐다. 이주노조는 이 과정에서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아노아르 위원장 사진을 들고 "아노아르다! 잡아!"라고 외쳤고 △놀란 아노아르 위원장이 다시 지하철역 안쪽으로 뛰어가려 하였으나 그곳에는 이미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뒤따라오고 있었으며 △지하철역 주변에는 이미 5대의 법무부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며 '표적 연행'이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주노조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

▲ 이주노조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



하지만 법무부는 16일 '출입국 관리사무소 아노아르 단속 관련 해명자료'를 통해 "적법절차에 따라 불심검문 후 긴급보호한 것으로 표적 단속에 의한 강제 연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강제 연행 과정에서 불심검문의 적법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고 사람을 개 패듯이 팼는데 어떻게 불심검문이 될 수 있느냐"며 "이는 불심검문이 아닐뿐더러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얼마나 법에 대해 무지하고 불법적으로 단속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법무부의 해명을 비판했다. 불심검문이 적법절차에 의해 진행되기 위해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자신의 소속과 이름, 불심검문의 목적을 밝히며 당사자의 동의를 구한 후에야 불심검문을 실시할 수 있다. 당사자는 합법적으로 불심검문을 거부할 수 있고, 공권력은 불심검문 시 원칙적으로 물리력을 쓸 수 없지만 아노아르 위원장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아노아르 위원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연행하는 과정에서 발로 머리를 짓밟는 등을 통해 타박상을 심하게 입었고, 수갑을 채워 엄지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졌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주노조 위원장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노동부는 이주노조 설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이주노조가 제출한 설립신고서에 대해 △임원 전체 명단 △조합원 명부 △총회 회의록을 보완 요구하며 노조 설립 허가를 '지연시켜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주노조'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억눌린 외침의 파도가 노동부가 노조 설립을 '지연'시키고 법무부가 위원장을 '표적 연행'하는 '협공 작전'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자의 눈] '최 계장'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이유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의 연행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서울사무소 조사과에서 근무하는 '최 계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최 계장은 "아노아르 위원장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심검문을 하던 중 연행했다"며 "연행 당시에도 그가 아노아르인지 몰랐고 이후 인적사항을 조회하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꺼내지도 않은 '표적'이라는 단어를 꺼내 "표적으로 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해명'에서 "단속 직원들이 아노아르의 얼굴과 불법체류 사실을 소상하게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자가 "현장에는 이미 아노아르 위원장에 대한 서류가 준비되어 있었다고 하던데 어찌된 일이냐"고 슬쩍 떠보자 최 계장은 "현장에서 작성을 해서 제시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후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연행 현장에서는 그런 서류가 제시되지도 않았다. 또 최 계장은 "마산에서 꼬빌도 불심검문으로 잡혔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꺼냈다.

기자의 단체와 이름을 밝히며 '최 계장'의 이름을 물어보자 최 계장은 인터넷을 통해 본 단체를 확인한 후 극구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공무 수행 중인데 왜 이름을 밝히지 않느냐"는 항의에 "공무집행 업무는 제3자에게는 모두 기밀"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서울사무소 조사과 최 계장이 극구 이름을 밝힐 수 없었던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