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기 백혈병 환자, 행복추구권 건강권 침해 주장
만성기 백혈병 환자를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백혈병 환자가 헌법 소원을 냈다.
26일 청구인인 김기홍 씨는 소장에서 "보건복지부가 글리벡에 대한 보험적용범위를 변경해 만성기 환자를 제외한 것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의사의 처방에 따라 매일 글리벡 4알을 투약해 온 만성기 백혈병 환자다.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에 따르면,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산돼 발병하는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만성기/가속기/급성기로 진행되는데, 최근 개발된 글리벡은 부작용이 거의 없고 조기 치료할 경우 병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신약'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은 백혈병의 진행을 억제할 뿐이며 온 몸의 정상적인 세포들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글리벡의 시판을 허가했으며, 당시 보건복지부는 만성기 환자를 포함한 전체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보험급여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5일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아래 요양급여기준)을 개정해 만성기 환자 대부분을 보험 적용 범위에서 제외시키고 인터페론에 대해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만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김 씨 등 만성기 환자들은 인터페론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으며, 글리벡 치료를 원한다면 한달 3백만원(하루4알기준×2만5천원×30일)에 달하는 약값을 보험급여 없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가속기 내지 급성기로 병이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공대위는 말한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장유식 변호사는 소장에서 "요양급여기준을 개정해 만성기 환자들이 백혈병의 조기 치료를 통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지위를 박탈했으므로 청구인의 행복 추구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변호사는 "이는 만성기 환자들에 대한 위헌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만성기 환자들은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할 경우 결국 파산자로 전락해 인간다운 생활권을 침해당할 뿐더러 생명권 및 건강권까지 침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