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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체벌은 국제인권법 위반

사회권위원회, 영국정부의 체벌 허용 비판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팔레 윌슨)에서는 지난 4월 29일부터 제28차 유엔 경제사회문화권 위원회(CESCR)가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ICESCR)의 비준국들이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는 이행보고서를 심의하는 기관이다. 6개의 주요인권협약에 따른 유엔 시민정치권위원회(HRC), 아동권위원회(CRC) 등의 위원회 중 하나인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는, 18명의 독립적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영국, 아일랜드, 베넹 등의 정부보고서와 민간단체의 대응보고서가 검토된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영국 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어린이 체벌에 관한 문제가 논의되었다. 한 위원은 영국이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한 채 '양부모에 의한 어린이 체벌'을 허용해 유럽인권법정에 벌금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정부는 체벌을 금지하도록 법률을 정비하라는 유럽인권법정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국정부 대표단은 "어린이를 때리는 것은 훈육의 수단으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유럽인권법정의 결정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3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체벌'의 금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럽에서는 어린이 관련 민간단체들이 체벌금지법안 마련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1979년에 '손찌검방지법안'을 도입해 체벌을 전면 금지한 스웨덴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아동지원기구 (Save the Children)'의 영국지부가 최근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어린이 체벌은 미국, 영국, 카메룬, 에티오피아, 파키스탄 등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심각한 문제이며, 특히 한국은 97%의 어린이들이 심각한 체벌을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998년 유럽인권법정은 양아버지에게 심각한 구타를 당한 영국의 한 15세 어린이가 영국정부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체벌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 영국정부가 이 어린이에 대해 손해배상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할 것을 명령했다. 뿐만 아니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와 시민정치적권리에 관한 위원회(HRC)는 "체벌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욕적인 처우"라고 규정했으며, 고문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1997년 보고서에서 "체벌은 고문의 일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