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도 강제야간자율학습도 인권침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이하 학생연합)은 오후 3시 명동 한복판에서 지난 3월 18일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대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학생연합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상신(남, 고2)군은 "스승의 날은 교육자 스스로가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교육방법을 되돌아보는 날이어야 한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교육부의 이번 방침이 올바른 것인지 교육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고 스승의 날에 캠페인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실제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대책'에는 교권존중풍토라는 미명 하에 체벌이 허용되고 지금까지 금지돼 있던 보충수업이 부활되는 등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대책은 별로 없다.
학생연합은 캠페인에서 "체벌은 학생의 기본적인 인격을 무시한 폭력행위이며 지금까지도 사랑의 매라는 이름 하에 공공연하게 행해져 왔다"고 지적하고 "교육부는 교권을 위해 학생에 대한 폭력을 합법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체벌은 반성의 기회보다는 적개심과 증오만을 불러 폭력을 가르칠 뿐"이라며 "체벌 이외의 다른 교육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부에 대한 1차 권고에서 "부모나 교사들이 하나의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무시한 채 체벌을 교육과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인 한국에서 학생에 대한 고질적인 폭력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생연합은 또 보충수업 등 강제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안정과 휴식을 취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데 유독 학생은 그렇지 못하다"며 "강제야간자율학습도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의 연간수업 시수는 OECD 가입국가의 평균 시수 935시간보다 훨씬 많은 1천2백54시간으로 세계 최고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02년 3월에 실시한 '수업에 대한 실태 조사'에 따르더라도 아침 7시 30분 이전에 강제로 등교해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는 54%이며 정규수업시간이외에도 저녁 9시 이후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는 80%에 이른다. 하루 중 개인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한편 캠페인에 참여한 김○○(여, 고3)양은 "말로 타이르는 선생님도 많은데 잘못을 했다고 책을 던지거나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의자를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생연합은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캠페인을 열어 '공교육 내실화 대책'의 비교육성과 비인권성을 알리고 체벌과 보충수업 등 강제야간자율학습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