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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육이은의 인권이야기

체벌? "몸으로 때우지, 뭐!"


얼마 전 교육부가 공교육을 강화한다며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조금이라도 나은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노력은 가상하다만, 이번에 내놓은 대안 역시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특히 그 정책 안에 '체벌 허용'이라는 것이 있어 어안이 벙벙했다. 언제는 학교에서 체벌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체벌이 어떻게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말인가.

사실 체벌은 학교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선생님들 대부분은 스승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고, 아이들도 불만은 많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몇 해 전인가 체벌이 금지되었을 때다. 언제부터 교권 보호를 외쳤다고 갑자기 보수언론들이 들고일어나 '교권 추락'이라며 난리를 쳤다. 그리고 일부 폭력교사의 심각한 폭행에 참다못해 경찰에 연락을 한 학생들을, 앞뒤 상황은 다 무시된 채 "어떻게 그런 일이"라며 패륜아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회가 체벌만큼은 용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만해도 학교에서 두발 자유화라든지, 학생회 자율성 등을 주장할 때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떡이던 선생님들도 체벌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고개를 돌리시는 모습을 본 기억이 많다.

하지만 체벌이 과연 필요한 걸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언가 잘못 했을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아, 죄송해서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몸으로 때우지 뭐"다. 체벌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일상화가 되어 버리면 수단인 체벌이 목적이 되어버리게 된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에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맞는 것이 두려워 할 뿐이라는 거다.

"요즘 애들은 때리지 않으면 말을 안 들어"라고 하시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때리지 않아서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때리지 않으면 말을 안 듣도록 학교가 훈련 시켰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더군다나 체벌이 교사에게 무한정 용인된 분위기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평소 불량학생이라고 낙인찍힌 학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학생부실로 불러가며,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증거가 없어도 자백을 강요받으며 체벌을 당한다. 좋게 썼지만, 정확히 말하면 고문이다.

쿠닌(Kounin)과 검프(Gump)의 연구에 따르면 체벌을 당하는 학급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급 학생에 비해 적개심과 공격성이 높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며 학습 활동에 관심이 적다고 한다. 또한 반두라(Bandura) 등의 연구에 따르면 체벌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모방학습 시킨다고 한다.(송지은, 1998)

무엇보다 한 인간을 폭력으로 훈육시킨다는 발상이 올바른 것일까? 한 인간을 폭력으로 규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권침해이며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라도 체벌은 금지되어야 한다.

(육이은 씨는 중고등학생연합 전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