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다른 현실…국보법을 폐지하라
지난 5월 7일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정책국장이 국가보안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된 전지윤은 나와도 친분이 있던 터라 자연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혐의라는 것이 참 얼토당토않다. 조선일보나 병역비리를 비판한 글, 혹은 메이데이참가 호소문 같은 것이 국보법 위반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작년 대우차 집회 때 참가한 것 역시 집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교 교과서를 갖다 버린지 7개월이나 흘렀지만, 기억하기로 국가에서 만든 교과서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위한 거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헌법이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은 우리나라 최고법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왜 국가보안법이 건방지게 헌법조항도 깔아뭉개고 전지윤을 끌고 갔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고등학교 때 내가 배웠던 것들이 말짱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전지윤을 부당하게 잡아간 것이 틀림없다. 그럼 그 잘못된 교과서를 만든 책임을 지거나,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가 그럴 리 없다. 국민을 통제하는데 국가보안법만큼 효율적인 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전지윤을 돌려달라는 시민단체와 성공회대 학생의 주장을 수렴하기는커녕 며칠 전에는 한총련 김형주 의장까지 잡아갔다.
전지윤을 잡아간 데에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민중을 위해 싸우는 좌파들을 사냥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전지윤은 '다함께' 성공회대 지부 대표를 맡고 있고,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또 성공회대에서 '다함께' 회원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백 보 양보해서 국가보안법이 현존하는 북한이라는 적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어떻게 조선일보나 병역비리를 고발한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말인가? 전지윤은 옥중에서 "논리고 뭐고 없습니다. 수사관들조차 자신들이 너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는지 심문하다 말고 웃더군요."라고 조사 분위기를 설명했다.
하긴 청소년 인권을 주장하는 고등학생조차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나라에서 못할 짓이 뭐가 있겠냐마는, 이번 일과 같은 억지는 정부 스스로가 국가보안법이 국민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
만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전지윤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다. 김대중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미국의 광란에 가까운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월드컵 때 외국인 보기에 안 좋다며 노점상도 때려부수고 있고, 최근 드러난 김대중 정부의 부정부패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국가안보 위협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거다. 김대중 정부는 더 이상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말고 전지윤을 돌려주기 바란다. 김형주 의장도 함께.
(육이은 씨는 전국중고등학생연합 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