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름과 쟁점
1. 월드컵 열기에 외면당한 생존권·기본권
5월은 '월드컵 열기에 나라가 온통 미쳐 돌아가'면서 민중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이 외면당한 한 달이었다. 대우자동차판매노조는 임금체계 개악반대 등을 알리기 위해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등 전국 67곳에 집회신고를 했다가 모두 불허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6.6) 미국 선수단이 머물던 서울 메리어트 호텔 정문 앞에서는 1인 시위까지 가로막혔다.(6.3) 파주공장으로의 이전을 요구하며 3백일이 넘게 파업을 진행해 온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노사정위까지 점거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지만, 월드컵 열기에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농성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6.10∼21) 또 월드컵 4강 전날에는 경찰병력 1천명 정도가 경희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에 투입돼 병원파업 노조간부를 기습적으로 연행하려 했다.(6.24) '피학살자 유족 증언대회'와 파업결의대회 등은 월드컵 경기일을 피해 행사일정을 연기해야 했다(6.25).
2. 예고됐던 죽음과 예고된 죽음, 미군범죄의 끝은 어디에?
지난해 7월 미군 제2사단 공병여단 인근 고압선에 감전된 전동록 씨가 사고 발생 11개월만에 끝내 사망했다.(6.6) 장례위원회는 미 대사관 앞에서 노제를 지내려 했으나 전경에 의해 가로막혔고, 할 수 없이 전씨의 집과 미군 제2사단 앞을 거쳐 벽제 화장터로 향했다.(6.10) 앞서 서울지법은 치료비 2천만원 지급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6.1)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부대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6.13) 미군 제2사단은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6.19) '미군전차 사망 여중생 대책위'는 미군의 발표내용이 의문투성이라며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개사과, 한국법정에서의 재판을 요구하는 규탄대회(6.20) 및 제1차 범국민대회(6.26)를 열었다. 사망 여중생 유족들은 미군 책임자를 의정부지청에 형사고소 하는 한편, 대책위와 함께 '미군 측에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할 것을 요청하라'는 민원을 법무부에 접수했다.(6.27)
3. 행자부, 지문날인 거부자에 참정권 사실상 박탈
주민등록증이 없어 투표를 할 수 없는 지문날인 거부자들! 이들이 6·13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동사무소에 신원증명을 요구하며 '참정권 운동'을 벌였다.(6.10∼13) 물론 각 동사무소에서는 '대체신분증 발급근거가 없다'는 행정자치부의 공문을 근거로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신원증명을 거부했다. 이들은 또 일용직 노동자, 장애인, 재소자, 재외국민, 18-19세 청소년 등 투표배제계층과 함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6.11) 하지만 정부의 묵묵부답으로 대체신분증이 없는 지문날인 거부자들 대부분은 투표를 할 수 없었다.(6.13) 현재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참정권이 가로막힌 사례를 수집해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4. 병원감염, 에이즈검사비, 글리벡... 건강권도 인권!
서울 양천구 ㅇ병원 7102호가 환자들의 집단감염으로 폐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환자들은 대부분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후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가 퇴원압력까지 받고 있었다.(6.8) 또한 에이즈 검사비에 대한 국가지원이 중단된 데 대해 에이즈 감염인과 보건의료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국립보건원에서는 바이러스 검사를 무료로 실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6.20) 한편, 백혈병 환자들은 노바티스를 항의 방문해 "먹을 수 없는 약은 약이 아니다"라며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 인하를 요구했다.(6.27) 건강권도 인권이라는 인식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 중요 결정
·국가인권위, 대입시 연소자순 합격처리는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6.17)/ ·의문사위, 83년 의문사한 고 한희철 씨 사인을 자살로 판단하면서도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인한 사망으로 결정(6.26)/ ·헌법재판소, "불온통신 개념이 너무나 불명확하고 모호"하다며, '불온통신 조항' 위헌 판결(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