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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글리벡의 강제실시를 위한 민중대토론회

의약품의 공공성 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18일 오후 2시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글리벡 공공성 확대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우회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강제실시를 위한 민중대토론회를 열었다.

우리나라 특허법에 '통상실시권 설정에 관한 재정'으로 표현된 강제실시권은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3자에게 '비상업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하도록 허가하는 것이다. 무역에 관한 지적재산권협정(TRIPs)은 특허에 의해 보장되는 독점적 가격책정 및 배타적 판매권을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의 가격이 너무 높거나 생산자가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않는 등 특허권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들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글리벡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노바티스는 지난해 한국에서의 글리벡 약값을 2만5천원대로 책정했다. 환자들과 보건의료 단체들은 노바티스가 요구하는 약값이 원료비(845원)의 30배에 이른다며 약값의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노바티스사는 올 6월에 2만3045원으로 약값을 소폭 인하했을 뿐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 7개국을 기준으로 책정한 약값을 전세계에 적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단체들은 글리벡과 관련 특허청에 강제실시권 청구서를 제출했다. 특허청은 7월 중 학자, 변호사, 변리사로 구성된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강제실시권 허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노바티스사는 특허청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 사건 청구는… '공공의 이익' 및 '비상업적 사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부적법하여 받아들여 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허권자 개인이 보유하는 사권인 재산권 보호라는 가치 역시 무시되어서는 아니되는바… 노바티스사가 이 사건 특허발명에 들인 다대한 노력과 비용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중의료연합 공공의학센터 권미란씨는 "신약의 연구개발에 공적부문의 역할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공공의 노력에 의해 개발된 의약품이 제약자본의 사적소유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글리벡은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연구된 백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노바티스사가 미국 오레곤 암재단과 공동연구로 개발한 약이다. 이 과정에서 노바티스사의 투자비용은 전체비용의 10%였으며, 임상실험을 하는 동안에는 희귀의약품지정을 받아 소요 비용의 50%만큼 세금공제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실시권 청구가 글리벡을 계기로 최초로 제기되었으나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 청구는 영국, 캐나다, 미국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캐나다의 경우 1981-1991년 사이에만도 4백21건이 청구되어 그 중 68%인 2백88건이 허가를 받았다.

오병일 진보넷 사무국장은 "선진국에서는 여러차례 강제실시가 실행됐는데도, 제3세계에서는 선진국 정부 및 기업들의 압력으로 거의 강제실시가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국가들은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를 위해 노력했으나 선진국의 무역보복 또는 통상압력으로 실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국장은 "글리벡 문제를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불평등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공동투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의련 공공정책팀 김동숙씨는 "자본의 세계화가 의약품을 비롯한 보건의료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사적소유와 이윤축적의 장으로 변모시켰는데, 의약품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없이는 앞으로 계속 들어올 특허신약들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