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모임인 ‘기후위기인권모임 노발대발’에서 작년에 함께 세미나 했던 책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의 저자인 구준모 님을 만났습니다. 필자로만 만나다가 작년 ‘탄중위 해체 공대위’ 활동부터 ‘기후정의동맹’까지 여러 활동들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랑방 후원인 가입도 하셔서 반가운 마음에 후원인 인터뷰를 청하게 됐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 출범한 기후정의동맹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준모입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낯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는지, 주로 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좀 더 소개해주시면 좋겠네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계기를 소개하는 게 좋겠네요. 2005년에 창립했는데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2000년대 초반에 벌어졌던 발전과 가스 민영화 반대 투쟁이었습니다. 큰 투쟁을 통해 민영화를 막아내는 성과를 거뒀고, 이를 발판 삼아 공공성 강화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과제를 여러 운동들이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잘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결성되었습니다. 에너지 관련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들이 함께 모인 거죠.
주로 해온 활동은 에너지 공공성 강화와 전환입니다. 이는 지금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주요 활동입니다. 민영화 반대 투쟁 이후로도 정부는 우회적, 은밀한 민영화를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입니다. 결성 초기에는 원자력발전 축소가 큰 쟁점이었고, 공공성 강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을 잡아왔다면, 최근에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생태적인 에너지 전환이라는 방향을 더욱 벼려가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다보니 공공성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공공성은 어떤 의미일까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나 민중운동이 주목했던 공공성은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이윤과 시장을 중심으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바꾸려고 했던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쳤고 그에 대한 대항담론으로 제기된 게 공공성이었죠.
한편으로는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반대라는 측면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이나 이윤 경쟁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호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회 운영원리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공공성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공공성 담론이 에너지를 넘어, 의료나 교육 분야에도 퍼져나갈 수 있었던 거죠. 에너지 분야에서 공공성의 핵심은 발전과 가스 민영화에 대한 반대가 한 축이었고, 국가가 관료적인 방식으로 위에서 강요하는 방식에 대한 반대가 다른 축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지향이 현실에서 충분히 나타났는지 묻는다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지향과 담론 수준에서는 에너지 산업의 운영과 소유를 민주화한다거나 생태적인 차원에서 공공성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습니다.
예전부터 이야기해왔던 에너지 공공성이 지금은 더 중요해진 가치이겠네요.
특히 최근에 기후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기존에 중요하게 다뤄졌던 것들을 팽개치고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사고와 논리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책이나 주장이 기존 권력관계나 이해관계에 대해서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주장되고 추진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예전부터 에너지 자유화와 시장화를 추진했던 사람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시장화와 자유화가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오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라고 하면서요. 오히려 지금은 과거 30년간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민주적 공공성, 사회공공성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 확산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원전 확대를 전면에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대선 때부터 원전 확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당장 노후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행보이긴 하죠. 하지만 에너지 문제나 탄소감축에 있어서 시장과 기술에 대한 낙관과 믿음 속에서 시장과 기술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나 이전 정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민영화라든지 시장과 기술, 자본에 의존하는 정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인수위에서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통한 에너지 민영화 방향을 발표했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게 윤석열 정부만의 정책이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 에너지 분야의 소위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합의 속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출범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에도 함께 하고 계시는데요. 기후정의를 단체명에 내건 게 동맹이 한국에서 처음은 아닙니다. 2011년에 출범했던 기후정의연대가 있었는데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기후 문제라는 게 국제적인 협상테이블과 국제 이슈에 크게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습니다. 과거에 한국에서 기후 이슈는 국제 기후협상이나 해외의 기후재난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대응이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되어왔습니다. 사회적으로 기후 이슈나 의제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후정의연대도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 참여한 한국의 활동가 등이 국제 기후정의운동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꽤 많은 단체들이 참여했지만, 국내에서 충분히 문제의식이 확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단체 담당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대체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후정의라는 말을 확산시키는 데는 역할을 했지만 상층 수준의 담론을 넘어서지 못하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활동이 사그라들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기후운동의 저변과 폭이 훨씬 넓어졌죠. 상층 담론이나 해외 사례 소개를 넘어서 노동자나 농민, 시민들이 기후운동의 당사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과거보다는 확실히 지반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10년 전에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했었는데, 문재인, 윤석열 정부도 녹색성장을 핵심 기치로 내걸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나를 묻게 된다면 회의적입니다. 이는 사실 국제적으로는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의 과제는 이러한 녹색성장이라는 지배세력의 현상유지전략 또는 기후위기 심화에 맞서서 기후정의라는 대안을 현실화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랑방 후원인이 되셨는데, 준모님에게 사랑방은 어떤 단체일까요?
사랑방을 알게 된 건, 오래됐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예전에 봤을 때 사랑방은 되게 치열하게 논의를 해서 글이나 입장을 발표하는 그런 단체 이미지였어요. 활동에 있어서도 어떤 이슈나 사안이 있었을 때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요. 하지만 제가 직접 같이 활동을 해본 경험은 없었는데 최근에 사랑방이 기후정의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사랑방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하게 됐습니다. 작년에 탄중위 해체 공대위나 올해 기후정의동맹 준비하고 함께 활동하면서 사랑방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후원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우연찮게 활동가들 활동비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사랑방 활동가들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 모임’이나 차제연 활동, 기후정의동맹과 같은 곳에서 말이죠. 지금 한국 사회운동에 필요한 일들을 선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나 제가 관계하고 있는 단체들에도 많은 힘이 되고 서로를 북돋우면서 힘차게 활동을 해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중한 활동들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게, 활동가들이 너무 지치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저는 활동가는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고, 여유에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죠. 저희 대부분 돈은 없으니까, 시간을 잘 활용해서 여유 있게 활동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