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파업 63일, 총력투쟁 결의…"법을 지켜달라"
택시파업 63일째인 25일, 전국의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제 철폐에 대한 사쪽과 행정당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위원장 강승규, 아래 민택노련) 소속 조합원 4천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인천시청 앞에서 '파업승리 및 악덕사업주 구속 관철을 위한 전국택시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어, 향후 전국차량 상경, 고속도로 점거 등 강도 높은 차량시위를 선언했다.
결의대회에서 강승규 위원장은 "'택시노동자도 사람같이 살고 싶다'는 목적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해 왔다"라며, "택시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느냐, 사업주에 무너져 노예처럼 사느냐는 기로에 서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강 위원장 등 파업지도부 30여 명은 지난 15일부터 단식에 돌입, 죽기를 각오하고 파업을 이끌고 있었다.
사납금제 철폐! 사실 택시노동자들의 요구는 법에 규정된 대로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2조 1항에 따르면, 택시노동자(개인택시 제외)는 승객으로부터 받은 택시요금의 전액을 사업자에게 납부해야 한다. 이른바 '운송수입 전액관리제'는, 법대로라면, 이미 97년 9월에 시행됐어야 했다.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택시노동자들은 매일 일정액의 '사납금'을 채워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진다. 따라서 △과속, 신호위반 등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 △과노동에 따른 건강악화 △합승, 승차거부 등 택시서비스의 질 하락 등 사납금제 아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노동자들이 운송수입의 전액을 매일 회사에 납부하기 때문에 경영도 투명해진다.
반면 사업주는 기름값, 수리비 등 차량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인상 등 노동자들의 복지도 신경 써야 한다. 만약 적자이거나 이윤이 감소하면 원인을 분석하며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데, 사업주에겐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사납금에 따른 수입이 보장되고 △최소한의 기름 값을 제외하고 차량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택시노동자가 부담하는 사납금제를 사업주들이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택시업계의 기득권은 행정관청의 관리소홀과 노동자조직의 미약함으로 인해 지금까지 전액관리제 시행을 가로막아 왔다.
이날 결의대회 말미에서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제 상징탑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하며 자신들의 임금명세서를 불태웠다. 사납금제 아래 억눌려온 이들의 분노는 화형 연기와 함께 하늘을 찔렀다. 현재 인천 32개 사업장, 울산 2개 사업장 등 택시파업은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를 기점으로 민택노련 소속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즉각 차량을 동원할 수 있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인천시내와 주요고속도로가 택시들로 점거되는 사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11일째 단식 중인 (주)인천택시 이중기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액관리제를 규정한)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26일 오후 2시에는 안상수 신임 인천시장의 주재로 또 한번의 노사협상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