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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살아서 일하고 싶다"

철도노동자 한대권 씨, 열차에 치어 사망


또 한명의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작업 중 사망한 철도 노동자는 모두 39명에 이른다.

사고는 지난 1일 오후 9시50분 경 서정리역에서 발생했다. 서정리역(경기도 평택인근) 기점에 설치된 신호중계기 램프를 보수하고 복귀하던 한대권(수원신호제어분소 서정리 주재 전기원)씨가 상행 무궁화 열차에 치어 사망한 것.

철도노조는 5일 사고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고지점이 곡선인데다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기관사와 작업자 모두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취약 지점이고 본래 2인이 근무해야하나 사고 당일 같은 당무 소속 노동자가 기술경진대회 준비를 위해 현장에 없었던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이번 사고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사상사고와 같은 맥락에 있다"며 그 원인으로 △무리한 현장인원 감축 △이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 안전시설 미비 △철도청 책임자들의 안전 불감증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다음주 내로 철도청장, 전기본부장, 서울지역 사무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해 34명의 동료가 작업 중 사망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5번째 직무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현장 분위기는 불안감에 젖어 있다. 동료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목숨을 담보로 한 작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다음은 또 누구차례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성곤 노조 교선실장은 "계속된 사상사고로 인해 이제는 누가 죽었다는 소리에조차 노동자들이 둔감해지고 있는 지경"이라며 노동현장의 참혹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