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철도노동자 34명 산재 사망
지난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철도 노동자가 34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철도노동조합은 철도노동자 중 산재 사망자 수가 1만명당 10명으로 전 산업평균 2.5명에 비해, 무려 4배나 된다고 밝혔다.
지난 달에도 27일 경인선 백운-동암 구간에서 선로보수작업을 벌이던 현모 씨가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등 3명의 철도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인별로는 과로에 따른 지병악화 등 과로사가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선로 및 시설 보수나 점검 등 작업 도중 사망한 경우가 13명, 직무수행이나 행사 도중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가 6명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철도노조는 이같이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많은 원인을 △무리한 인원 감축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안전시설의 미비에서 찾았다. 김경구 노조 산업안전국장은 "아침 9시 출근하고 다음 날 아침 9시에 퇴근하는 식의 24시간 교대근무가 일반적인 데다, 기관사들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열차 출발 시각에 맞춰 매우 불규칙하게 일을 하다 보니 과로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은 노조 서울본부 위원장은 "인력이 감축되면서 '철철비'도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철비'란 24시간 근무를 한 후에도 교대할 사람이 없어 48시간을 연속해 일하고 하루 비번을 쓰는 것을 말한다.
철도청은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96년부터 6년간 5천55명의 노동자를 감축했다. 특히 산재 사망 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선로 보수 분야의 경우에는 6년간 3천560명 중 무려 30%에 이르는 1천102명이 줄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열차가 오는지를 감시하는 안전요원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판이다. 이 위원장은 "업무에 필요한 적정 인원에 대한 실사 없이 구조조정이 무리하게 추진돼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이같은 산재 문제의 심각성을 민주적인 집행부가 들어선 지난 해 6월부터 강하게 제기해 왔으며, 그 성과로 지난 해 8월부터는 공무원도 산업안전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 후에도 노동자의 죽음은 이어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작업 안전 조건에 대해 권한도 없는 말단 관리자들만을 문책할 뿐, 실질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법의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비판받는 대목이다. 또한 철도청도 산재 사고가 노동자들이 조심하지 않은 탓으로 돌리며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김 산업안전국장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16일 아침 11시 전국적으로 노동부와 지역 노동부 사무소 앞에서 △산재 책임자 처벌 △현장 인원 확충 △실질적인 산업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기도 과천 노동부 앞에만 4백여명이 참석해 이 문제에 대한 철도노동자들의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부 산업안전국장을 만나 요구안을 전달하고, 빠른 시일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노동부 산업안전국의 한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포괄적인 실태조사와 더불어, 현행 산업안전법상 안전규칙을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지난 2일부터 진행해 온 노동부와 행정자치부 앞 1인 시위를 지속하는 한편, 22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대규모로 상복을 입고 집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산재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