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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산재 노동자 단식농성이 테러?

하이텍 노조 농성장에 대테러 진압 경찰특공대 투입

대테러 진압용 경찰특공대가 산재 노동자들의 단식농성 해산작전에 투입돼 물의를 빚고 있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경찰특공대(대장 이왕민)는 근로복지공단(이사장 방용석)의 산재 불승인 철회를 요구하며 영등포 공단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아래 하이텍) 노조 농성장에 진입해 농성자들을 강제 연행했다.

18일 근로복지공단 본사 앞에서 열린 폭력진압 규탄대회 [출처] 하이텍 공대위

▲ 18일 근로복지공단 본사 앞에서 열린 폭력진압 규탄대회 [출처] 하이텍 공대위



하이텍 노조 조합원 13명은 사측의 지속적인 노조탄압, 조합원에 대한 차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감시 등으로 인해 '우울증을 동반한 만성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지난 5월 10일 산재인정 신청을 냈으나 공단은 지난 5월 27일 전원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하이텍 조합원 감시와 차별에 의한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공단의 불승인 결정 철회와 즉각적인 재심의를 요구하며 지난 6월 9일부터 공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하이텍 노조 김혜진 지회장 등 노동·사회단체 대표자 17명은 지난 8월 17일부터 '하이텍 노동자 산재승인쟁취'를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경찰특공대, 단식자 연행

이날 경찰은 단식농성 시작 1시간 후인 오후 3시경 집회를 위해 노조 측에서 설치한 철제 건조물이 신고되지 않은 불법건조물이라는 핑계로 갑자기 농성장에 난입, 7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밀어냈다. 아수라장이 된 농성장을 피해 김 지회장 등 4명의 단식자들이 5미터 높이의 철제 건조물로 올라가자 경찰특공대가 따라 올라가 순식간에 단식자들을 한 사람씩 끌어내려 연행했다. 연행자 4명 가운데 3명은 19일 풀려났지만 금속노조 윤종선 산안부장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훈령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조직 및 사무분장 규칙' 제25조에 따르면 경찰특공대의 직무는 각종 테러 등 특수범죄 진압 및 인명구조와 요인경호, 중요범죄 발생 시 긴급배치 및 집중 단속활동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 경찰특공대 홈페이지에는 경찰특공대의 임무로 △각종 테러사건 예방 및 진압 △인질사건 발생 시 진압 및 인질 구출 △총기, 폭발물 사건 등 특수 범죄 진압 △전문 불법점거난동 진압 △각종 재해,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경찰특공대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주장을 위한 집회에 투입된 것은 명백히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특공대를 이번 집회에 투입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법원, 사측에 '부당해고' 판결

한편 18일 행정법원이 김 지회장 등 해고자 5명에 대해 복직판결을 내려 하이텍 노조 투쟁에 전환점이 마련됐다. 30% 이상의 직원들에게 갑작스런 권고사직을 내리는 등 98년부터 노조탄압을 본격화 해오던 사측은 지난 2003년 5명의 하이텍 노조 조합원을 해고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잇달아 '부당해고 및 복직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불복해 사측이 낸 행정소송에 대해 법원이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

이번 판결에 대해 공대위 관계자는 "사측은 행정소송에서도 '부당해고' 판결이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시간끌기용 소송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공단은 산재불승인 결정 사유 가운데 하나로 해고자임을 들었다"며 "지노위·중노위에 이어 행정법원도 '부당해고'임을 확인했으므로 공단은 (해고자들을) 당연히 노동자로 보는 것은 물론 '부당해고'가 노동자에게 주는 심적 충격을 참고해서 산재승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