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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물음표 : 자유 없는 ‘자유게시판’


지난 8월 1일부터 국가인권위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이 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으면 게시판에 의견을 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국가인권위 자유게시판은 그 동안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 종종 게시되었고, 최근엔 이런 내용들이 점점 증가하여 자유게시판 운영의 의미가 퇴색되곤 하였습니다. … 이에 따라 자유게시판 운영 취지를 유지하되 생산적인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유게시판을 실명제로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변(辯)이다.

그러나 다른 기관도 아닌 국가인권위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사실상 없애버린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권위는 이미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신공격성 글, 욕설, 상업적 광고나 음란물, 인권침해 및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판단되는 글”을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실명화’까지 실시해 버렸다. ‘휴지통게시판’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조차 ‘인력낭비’로 봤기 때문일까?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정책실장은 “전반적으로 공공기관의 자유게시판이 실명화되는 추세이긴 하나, 이는 명백하게 네티즌들을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실명화에 수반되는 주민등록번호의 기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다. 장 실장은 “주민번호는 국민의 중대한 개인정보이며, 몇몇 기관에서는 주민번호를 추적해 네티즌을 위협한 사례도 폭로되고 있는데, 인권위가 주민번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엔 게시판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현상도 뒤따르고 있다.

행정부의 실명화 추세와 달리, 청와대와 국회 등은 ‘진짜 자유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 때 자유게시판을 없앴다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게시판을 다시 열었다. “네티즌들은 편안하게 글을 쓰고자 게시판을 이용한다. 그런 게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무엇 때문에 게시판을 운영하는가?” “실명 게시판은 국가인권위와 어울리지 않는다. 실명게시판은 ‘국가인권위’에서 ‘국가’를 강조한 처사가 아닐지…”. 여론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