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 구금시설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심각한 수준의 과밀 수용, 금치징벌과 계구 사용의 남발 등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아래 서울변회, 회장 박재승)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교도소 앞 출소자 대상 설문조사와 서울인근의 유치장․구치소․교도소․구치감(서울지검) 방문조사 등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과밀수용
조사결과, 성동구치소의 경우 3.45평 방에 9~11명이, 여성의 경우 4.35평 방에 16명까지 수용돼 있었다. 서울구치소는 3.45평 방에 평균 9명에서 많은 경우 14~15명까지 수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원 대비 조사 당시 수용인원을 보면, 서울구치소는 수용인원이 정원보다 5백명 많은 3천7백명이었고, 영등포교도소는 정원 1천4백명을 넘어선 1천6백31명, 성동구치소는 정원 1천9백30명을 넘어선 2천93명이 각각 수용돼 있었다. 심지어 안양교도소의 경우 독거 수용되기 위해 고의로 징벌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희수 변호사는 “조사 결과 서울 인근의 구치소, 교도소는 모두 과밀수용상태에 있었다”며 “행형법 제11조는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하는데, 실제는 혼거수용이 원칙이고 독거수용은 예외인 것처럼 뒤바뀐 상황은 재소자의 최소한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감옥 안의 감옥’ 금치징벌
수용자에게 가하는 징벌 대부분이 흔히 ‘감옥 안의 감옥’이라 불리는 금치처분이고 그 집행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역시 지적됐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9천9백94건의 전체 징벌건수 중 89.6%인 8천9백60건이 금치 징벌이었다. 2001년 1월1부터 7월까지의 통계 역시, 금치처분이 전체 징벌건수의 92.9%를 차지한다.
김진 변호사는 “금치처분의 경우 단순히 징벌실에 가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행령 145조 제2항에 따라 접견․서신․작업․운동까지 금지해 2중 3중의 징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접견․서신 금지, 작업금지와 운동정지는 ‘외부와의 교통권’을 차단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95년 행형법 개정 때 징벌의 종류에서 제외된 것들로서, 법률에서 삭제한 징벌을 시행령으로 행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금치의 최장 기간이 2개월로 지나치게 긴 데다 현 징벌규칙 제5조는 징벌기간 중에 또 징벌을 과할 수 있게 해 금치기간이 무제한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일상적인 활동이 모두 차단되는 금치기간이 2개월 동안 계속될 경우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생길 것이 틀림없다”라며 “징벌을 연속해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징벌규칙을 삭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보다 다양하고 합리적인 징벌의 종류를 마련하고 금치를 처분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구 사용 남발
수갑․포승․사슬․안면보호구 등 계구 사용도 여전히 남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징벌 경험자 16명 중 10명이 조사기간이나 금치처분 집행 시 계구를 착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계구 착용기간이 2주 이상이었던 응답자가 8명이고, 이 중 2개월 이상 착용했던 사람도 4명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는 실질적으로 징벌집행의 일부로 행해진 것이므로 행형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계구 사용 요건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행형법 제14조 3항은 ‘계구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스스로 금지한 구치감(검찰청 내의 대기감방) 내 계구 사용도 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법무부는 2000년 3월 29일 ‘계호근무준칙’을 개정해 구치감 거실 내에 있는 수용자에게 계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설문 응답자 65명 중 ‘계구를 풀어주지 않았다’고 답한 경우가 17명, ‘경우에 따라 달랐다’고 답한 사람이 9명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청원 및 소장면담 등 수용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불복할 수 있는 권리구제 수단의 운영, 수용자의 건강 및 의료문제와 관련된 실태도 담고 있다.
한편, 서울변회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법무부에 교정규칙 및 예규집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끝내 거부당했다. 이에 지난 달 11일 법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청구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변회는 28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법무부는 교정예규 등을 공개해 수용자 등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미비한 규정을 인권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