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위원 사퇴…인권위 '전면쇄신' 기로에
곽노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비상임, 방송대 법학과 교수)이 "국가인권위 위원장의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제적인 운영철학 및 (상임)위원 배제형 사무처 중심 운영구조, 그리고 전략과 기획 마인드가 결여된 업무수행 방식에 대해 마지막 항의"의 표시로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다.
곽 위원은 인권위원으로 인선되기 전까지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으로서 인권위 설립투쟁을 주도했고, 인권단체들이 인권위원으로서 적극 추천한 인물이었다. 그는 2001년 10월 국회(민주당) 지명 몫으로 비상임 인권위원에 임명돼 활동해 왔다.
누구보다도 인권위 활동에 애정을 갖고 헌신해 왔던 곽 위원이 김창국 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집행부와 인권위원들의 문제점, 조직운영의 비민주성, 업무수행 방식 등을 직접 비판하며 사임하였다는 점에서 인권위는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곽 위원은 언론에 배포한 "국가인권위원을 사임하면서"란 성명에서 "위원장의 감수성 및 지도력 부족과 위원들의 사명감 및 전문성 부족"으로 "전원위의 형해화, 정책소위의 특권적 지위, 소위간 업무불균형"등 명백한 잘못이 벌어졌으나, "집행부의 독선과 편의, (상임)위원들의 무기력과 기득권, 기타 이해관계 등이 얽혀서"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들의 법령제도 개선 권고와 인권정책 권고가 위원장과 집행부에 의해 묵살되기 일쑤였다"며 "현재의 인권위는 실질적으로 관료제화"했고 진단했다. 이런 관료제화는 "(상임)위원들에게도 탓이 있지만 가장 큰 탓은 집행부의 전략기획 마인드 부재 및 오만과 독선에 있다"고 곽 위원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14일 논평을 발표해, "권위주의로 가득한 운영, 무기력한 위원들의 행태 그리고 관료주의적 행정으로 가득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현 집행체계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인권위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쇄신 방향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원 전원의 환골탈태의 노력 △공개적인 운영과 검증 가능한 활동 △인권위의 관료화를 낳은 사무처 중심주의의 운영 개혁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위원장의 대오각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인권단체들은 곽 위원의 사퇴를 계기로 인권위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태세여서 향후 행동이 주목된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전면적인 쇄신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김창국 위원장 퇴진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인권위는 곽 위원이 중요하게 지적한 인권위 내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채, 곽 위원이 인권위 내부 갈등의 원인 제공자로 비칠 수 있는 대목만 강조·인용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아직 인권위의 공식적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본지는 곽 위원 사임을 계기로 인권위 문제를 집중 진단하는 기사를 다음호에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