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4일자 아침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11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에서는 선준영 주 유엔대표부 대사가 미국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개시할 경우 1개 대대 규모의 공병 및 의료지원 부대를 파병할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 및 국제테러 방지를 위한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는 데 이르면 아무리 외교적 언사이겠거니 생각해주고 싶어도, 낯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전세계의 양심 세력들이 거리에 나와 전쟁 반대를 외치는 이유를 모른다고 시치미 떼지 말길 바란다. 대량 살상 무기 운운은 구실일 뿐, 미국이 전쟁을 벌이려는 진짜 속셈은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 장악이란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대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미국과 재확인했다며 '주고받기' 외교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에 장단 맞추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말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불과하다. 유독 한반도에서만 지금껏 냉전이 지속되는 이유 역시 바로 미국의 군사주의적, 패권적 개입 전략 때문이다. 그럴진대,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을 주술처럼 외면서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에까지 지금처럼 손 들어주다간 한반도에서 평화란 요원하다. 중동 지역을 향했던 미국의 전쟁의 광기가 한반도로 이동할 땐 또 어찌할 셈인가.
애시당초 전쟁을 통해 평화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죽어갈 여성과 남성과 어린이와 노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닌가. 이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경제지원, 군사동맹의 교환대상으로서 희생이 정당화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다른 이들을 폭격의 아수라장 속에 몰아넣으면서 얻게 될 평화가 어찌 '평화'일 수 있는가.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막지는 못할 망정, 공범자가 되는 상황은 실로 끔찍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지지와 지원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미국이 일으키는 불의의 전쟁에 제발 더 이상은 동원되지 말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