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인일적 실현 공동연대'(아래 공동연대)가 발족했다. 공동연대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호주제는 헌법의 행복추구권·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발표하고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호주제 폐지를 공언하는 등 호주제 폐지가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호주제를 대신할 대안적 신분등록제도로서 일인일적제를 실현하기 위해 결성됐다.
16개 인권·여성·사회단체들과 정당들로 구성된 공동연대는 이날 발족 기자회견을 통해 "호주제는 '가장 중심의 가족 유대'라는 구시대적 명분 하에 모든 여성들을 성차별의 굴레에 굴종시킨 채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 제도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국회나 정부에서 대안으로 거론하는 가족부는 남성 중심적 현행 호주제의 문제를 상당부분 그대로 발생시킬 것이므로 일인일적제가 가장 적합한 대안적 신분등록제도"라고 주장했다.
일인일적제란 모든 개인이 '나'를 중심으로 자신의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재되는 하나의 호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남성 가장 중심의 종속관계를 넘어설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일인일적제의 개인 신분등록표에는 자신의 부모·배우자·자녀의 이름과 주민번호 이외의 다른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호주제 하에서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가족형태에 따른 부당한 차별도 해소될 수 있다.
이에 반해 부부와 미혼자녀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가족부는 호주를 없애는 대신 행정편의를 위해 부부의 협의 따라 호적상의 '기준인'을 두도록 하기 때문에, 현행 호주제의 가부장성과 남성중심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공동연대의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최현숙 여성위원장은 "부부간 협의든 추첨이든, 어떤 방법으로 결정하든 간에 남성이 기준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가족부는 또 다른 가부장적 신분등록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가족부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남편을 기준인으로 정하는 비율이 95%를 넘는다.
또 가족부에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이혼·재혼·사망 등의 신분변동사항이 드러나는 만큼, 동성애자·한부모 가정·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불식시키지도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일인일적제가 가족해체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의 고은광숙 씨는 "일인일적제의 신분등록표를 통해서도 부모·배우자·자녀의 친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그러한 주장은 명분없는 가부장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날 공동연대는 일인일적제가 새로운 신분등록제로 확정될 때까지 대국민 홍보와 공청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벌여나갈 것을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21일에는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호주제 폐지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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