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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동계, 최저임금위원 전원 사퇴

“최저임금제 전면 개선돼야”…사용자측, 53만원선 고집

올 9월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들로 구성된 노동자위원 9명 전원이 일괄 사퇴서를 제출했다.

애초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던 26일 오전 10시경, 노동자위원들은 서울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생계비 보장과 임금 차별 해소라는 최저임금제도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최저임금위원회가 오히려 저임금 구조를 온존시키는 도구로 전락한 데 대한 극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최저임금 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던 정강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위원과 윤진오(인하대 경제학 교수) 위원도 이날 함께 사퇴했다.

이에 따라 오늘 오전 다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나, 이 회의에서도 최저임금 결정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에서 사퇴한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27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더라도 법적 효력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된 것은 그간 사용자 위원들이 최소한의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안을 고수해왔고, 공익위원들도 '정치적 타협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최근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노동자위원들은 그간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70만6백원(시급 3,100원)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해왔다. 최근 조사된 29세미만 독신 1인 노동자의 최저생계비가 1백1만원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러나 경총과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4월말 열린 첫 회의에서부터 53만원 수준을 고수해왔고, 최저임금 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공익위원안도 지난 24일 55-59만원 수준에 그치는 액수로 제시됐다.

이토록 낮은 임금수준은 비정규직의 70%를 넘는 여성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또한 공공부문 용역 입찰시 조달청이 제시하는 예정가격 역시 최저임금이 기준이 돼, 용역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임금의 최저선이 아니라 '상한선'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만난 김춘식 씨(61세)는 "입에 풀칠하고 약값이라도 벌려면 아무리 알뜰히 살아도 한달 1백만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정역에서 청소일을 하는 김 씨가 하루 9시간씩 한달 꼬박 일하고 받는 기본급은 정확하게 현행 최저임금인 514,150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