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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발효

"한국정부 협약 비준하고 산업연수제도부터 폐지해야"


1일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마침내 발효됨에 따라, 한국정부의 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아래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의 비준과 산업연수제도의 우선적 철폐를 통해 국내 거주 40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한국정부에 촉구했다.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김미선 사무처장은 "오늘 전세계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의 발효를 축하하는 동시에 각국 정부의 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집회 등이 열리고 있다"고 소개한 뒤, "지금까지 이 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은 모두 이주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송금한 돈으로 먹고사는 송출국인 데 반해 고용국들이 비준을 기피하는 이유는 협약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노동력이 아닌 사회적 실체'로 인정해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협약을 비준하고, 치욕적인 연수제도부터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정부의 산업연수제도 온존 방침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고용허가제 법안의 6월 국회 통과가 무산되자, 산업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의 병행 실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 소장은 "썩어서 고름이 묻어나오는 상처에 약을 덕지덕지 바른다고 새살이 돋아나겠느냐"고 되물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고용허가제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이 75%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석 '샬롬의 집' 소장 이정호 신부도 "현재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상황은 정부와 국회와 기업이 고스톱을 짜고 치며 뒤에서 돈을 나눠먹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이들 상습 도박단을 물리치는 투쟁을 계속 벌여나가자"고 말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1990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은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협약은 20번째의 비준서 또는 가입서가 도착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다음달 첫째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난 3월 14일 과테말라 정부가 20번째 비준서를 제출함에 따라 7월 1일 정식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협약이 발효되면 1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설치되고, 협약 당사국 정부들이 제출한 협약 이행 보고서를 심사하게 된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 자국을 떠나 생활하고 노동하는 사람은 1억5천만. 이는 세계 인구의 2%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이집트, 필리핀, 스리랑카, 멕시코 등 22개국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