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체제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 회담이 며칠전 막을 내렸다. 회담 결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적 반응은 "아쉽지만, 긍정적인 계기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바람으로 요약되는 듯 하다. 공동합의문도 발표되지 못했고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마당에, 이후 노력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을 내놓는 논자들은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추동력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논의틀이 마련된다면, 미국의 일방주의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 또한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밝힌 '핵과 체제보장의 단계별 동시해결방식'도 긍정적인 요소로 이야기되고 있다. '선핵포기-후체제보장' 또는 '선체제보장-후핵포기'라는 논점으로 대치해왔던 북한과 미국이 이러한 접근법에 따라 대치상태를 넘어 외교적 해결 경로를 강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관측인 것이다.
그러나 희망 섞인 관측과는 별개로 짚어봐야 할 문제는 분명히 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 부부장이 토로하듯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태도가 최대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단계별 해결방식에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기는커녕, 기존의 선핵포기-후체제보장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근 북한이 "6자 회담은 백해무익했다"라고 평가하는 대목도 미국의 이 같은 태도에서 기인한 것일 게다. 결국 "북한의 정권교체"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6자 회담 이후의 과정도 그리 밝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6자 회담을 통해 형성된 추동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 과정이 한반도의 평화를 보증하기에는 무척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함께 가져야 한다. 무릇 다자주의적 논의틀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의미가 있으려면, 적어도 참가국들의 적극적인 상호군축이 이후의 중요한 의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일본-남한의 군비증강이 여전하며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된 근본적인 동인이 각국의 경제적 이유에 있는 만큼,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북핵문제가 일단락된다 할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불안한 평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이번 회담의 성과로 "북핵문제에 대한 다자적 압력"을 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자적 논의틀이 외형적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왜곡될 여지가 많을 것이다. 요컨대, 다자적 논의틀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안보라는 것이 항상 국가간의 문제로 정의되고, 그것의 해결주체 또한 국가로 설정되는 국가안보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국가의 안전 혹은 국익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 개개인의 인권으로 안전을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해 대안적인 안보패러다임에 대해 상상하고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평화의 권리'에 있어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손상열 님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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