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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개념조작 그만하고 파병 철회하라"

파병반대농성 돌입…국회의원 37명도 "전투병 파병 반대"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앞장서서 자존과 독립을 위해 싸우는 이라크 시민들과 총부리를 맞대서야 되겠습니까? 우리의 젊은이들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냉소 속에 이유도 모르고 피를 흘려야 되겠습니까? …우리 국민의 민주적 힘과 자주 평화의 열망으로 미국의 파병압력을 막아내고 노무현 정부의 무모한 파병결정을 반드시 철회시킵시다."

이라크 추가 파병의 규모와 성격, 지역과 시기 등 실무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기 위한 정부의 파병협의단이 4일 오전 출국한 가운데, 360여개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아래 비상국민행동)은 같은 날 정부의 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하며 서울역에서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했다.


파병반대 시국농성 돌입

비상국민행동은 '이라크 파병반대 평화캠프'를 설치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한국정부의 굴종적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나 없이 이라크 파병을 거부하고 심지어 일부 파견되었던 병력들도 철수하고 있다"면서 "'나홀로 파병'으로 확인되는 한국정부의 근시안적인 굴종적 외교는 또 다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한국과 함께 대규모 파병을 요구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일찌감치 파병 거부 의사를 밝혔고, 터키 역시 지난달 말 파병 포기 쪽으로 돌아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만이 파병을 고수하는 굴종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국민행동은 또 최근 미군은 물론 국제기구와 서방구호단체들, 친미성향의 이라크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저항세력의 공격이 계속되고 공격의 내용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라크 시민들은 약탈자인 점령군의 편에 서서 재건이니 평화니 하는 말장난을 하지 말고 어서 이라크를 떠나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노무현 정부는 숫자놀음과 개념조작으로 명백하게 예견되는 현실을 숨기고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차라리 민간긴급구호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라크의 진정한 재건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병 아닌 민간구호활동 지원해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정부는 미국에 실무협상단을 파견하고 오는 17-18일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파병문제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구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어떤 형태의 파병이든 온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향후 비상국민행동은 파병반대 평화캠프를 중심으로 집중적 투쟁을 벌여나가는 한편, 오는 15일을 '파병결정 철회 총궐기의 날'로 선포하고 서울시청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파병반대 동시다발 집회를 열 예정이다.


15일 파병결정 철회 총궐기의 날

한편, 이날 김영환(민주당), 김성호(열린우리당), 김홍신(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37명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가닥을 잡고 있는) 혼성부대 또한 사실상 전투병과 마찬가지"라면서 "정부가 전투병이나 혼성부대 파병을 추진할 경우 국회동의 거부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들은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하는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정부만 전투병을 파병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우리의 국익을 내세워 이라크 국민들에게 총을 들이대는 전투병 파병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 대부분은 올해 초 파병 논의 당시 '비전투병 파병도 안된다'는 파병 절대 불가론의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의원 37명 "혼성부대 파병도 반대"

이에 대해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그 동안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반전평화 의원들의 목소리가 되살아나고 조직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다른 국회의원들도 책임있는 자세로 파병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또 "이번 성명 발표를 계기로 전투병 파병 결정을 철회시켜내고 이라크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침묵하는 국회의원들 입 열어야"

지난 3일 <문화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가 파병에 반대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52.0%에 달했다. 이처럼 국민 여론도 '추가 파병 반대' 쪽으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실무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하든 등 파병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