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5일 오후 6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30여명의 학생, 시민들이 모여 수능반대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모든 학생들을 경쟁시키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 교육제도에 반대해 문화연대와 전교조, 학벌없는 사회 등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학생들의 노래와 춤, 극 등의 공연과 함께 5일 수능시험 도중 자살한 여고생의 추모제가 열렸다.
"10월 이후 벌써 4명째의 희생자가 생겼다. 이들을 죽인 건 바로 입시제도를 유지해 온 사회다.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방치해야만 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김판중(품 청소년문화공동체 회원)씨의 발언이 마로니에 공원에 울려 퍼지면서 현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과 토로, 그리고 자살을 선택해야했던 넋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성여고 백혜선 씨는 "오늘 자살한 언니는 12년 동안 입시의 고통을 참으며 살았을 텐데, 그 끝을 보 지 못하고 죽어 너무 안타깝다"며 흐느꼈다.
전교조 김정욱 교사는 "네이스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든 촛불의 의미는 '인권'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촛불은 한 학생의 넋을 기리는 촛불이 되어버렸다. 왜 우리는 우리의 인권을 짓밟는 현실을 타파하지 못하는가"라고 토로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계속되는 발언속에 추모제장은 어느새 울음바다로 변했고, 참가자들은 현 교육체제에 대한 대안모색을 결의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현 교육체제하에서 사라져간 무수한 '넋'들과 시험도중 자살을 선택해야했 던 여고생, 그리고 수능반대 페스티벌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현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대안모색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참담한 '사회적 타살'을 우리는 더 오 랜기간 동안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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