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가보안법이라며 인권사회단체들의 강력히 반대해온 테러방지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아래 정보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정보위는 14일 오전 10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10일 홍준표(한나라당), 함승희(민주당), 김덕규(열린우리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른바 '3당연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보위는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고 오직 테러 예방 및 대응에 필요한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의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대로 법률이 제정되면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고 "대테러활동의 기획 및 조정"(제4조) 등을 담당하도록 해 국정원에게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또 제안이유에서 북한과 이슬람을 테러위협세력으로 거론하면서 테러단체를 "UN에서 테러단체로 지정한 단체 및 이 단체와 연계된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제2조)이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규정, 국내 사회단체들마저도 국정원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테러'의 개념도 여전히 모호하다.
또 법안은 대테러센터에서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정보의 수집을 위하여 그 소재지, 국내 체류 동향 및 테러자금 지원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제8조1항)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확인'을 한다는 구실로 국정원이 수사까지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외국인은 잠재적인 '테러용의자'로 취급받는다. 게다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상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조건인 "반국가활동"에 "테러"(부칙 제2조3항)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추가, 시민들에 대한 자의적인
감청의 길을 열어 놓았다.
인권운동사랑방 이주영 상임활동가는 "정보위가 국정원의 후견인이라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며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번 법안 통과는 국정원 개혁과도 상반된다.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는 "군사정권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국정원의 제도적 개혁은 국회에 정보위를 설치하는 것이 고작이었다"며 "93년 여야합의로 박탈됐던 수사권이 97년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로 회복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위 국회의원들은 국정원에 대한 문민적 통제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정보위 통과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평화인권연대 손상열 활동가 등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9명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정보위 법안 상정 소식을 듣고 긴급히 모인 이들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테러방지법 제정시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다 국회경비원들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영등포서와 방배서로 나뉘어 조사 받은 연행자들은 이날 오후 늦게 모두 귀가조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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