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아래 한미안보협)에서 한국군 추가 파병 문제에 관한 한미간 공식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졌다.
17일 국방부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에서는 구체적인 협상안 도출은 실패했으나, 한국정부가 내민 3000명 규모의 비전투병 추가 파병안을 미국이 사실상 받아들임으로써 양국간 파병문제에 관한 큰 틀에서의 합의는 도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한국측 협상안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등 향후 미국의 추가 압력도 우려된다.
회의 결과가 알려지자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긴급 성명을 내고 "이번 한국군의 대규모 이라크 추가파병 합의는 미국에 맞서 우리의 주권과 국민자존심을 지키기를 바랐던 우리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자,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한목소리로 규탄해 온 이라크 민중을 비롯한 전세계 평화애호 민중들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이번 합의의 무효화를 위해 강력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한미안보협에 참석하기 위해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하면서 시작된 사회단체들의 럼스펠드 방한 반대시위가 17일에도 온종일 이어졌다. 오전 8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머무르고 있는 신라호텔 앞에서 진행된 1인 시위를 필두로 파병반대국민행동 소속 사회단체들은 그가 가는 곳곳을 따라다니며 '그림자' 시위를 벌였다.
회의가 예정돼 있던 오전 10시 국방부 앞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평택시 주민 등 50여명이 모여 럼스펠드 방한 반대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전투병 파병과 주한미군 영구 주둔을 목표로 회의에 참여하고자 한다"며 그의 방한을 규탄했다. 또 민주노동당 김해경 부대표는 "카드 빚에, 생활고에 자살하는 농민, 노동자들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젊은이들을 보내 또 국민들을 죽이려고 하는가"라며 현 정부의 파병 고수 방침을 강하게 규탄했다.
국방부 후문으로 도망치듯 달려나간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도착한 국립 현충원에는 이미 파병반대 피켓을 든 15명의 시위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짧은 참배 후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그가 청와대에 도착할 무렵, 근처 정부합동청사 앞에서는 참여연대, 다함께 회원 등 70여명이 모여 파병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미안보협에서 파병 계획을 공식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이라크가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파병을 통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요구를 끝내 묵살했다.
'럼스펠드 그림자 시위'는 그가 떠나는 19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18일 오전 그의 숙소인 신라호텔 앞에서 1인시위가 계속되며, 미2사단 앞에서는 규탄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오후 럼스펠드의 방문 예정지인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평택주민 주최로 '미군기지 평택 총집결·전쟁무기 배치·이라크 파병 강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방한 규탄대회'가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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