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회·시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집시법 개악에 앞장섰던 경찰이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국민들의 일상 곳곳에 감시의 안테나를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지난 26일 경찰청은 정보경찰을 총동원해 사회 각 분야의 '불만·불안요인을 상시 점검' 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보과 형사들을 동원해 동향을 파악하고 집회현장에서도 도청, 사진 채증 등 광범위한 사찰을 전개해왔던 경찰이 이제는 일상적 사찰의 촉수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갈등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에 주력"하겠단다. 사회적 모순과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인해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을 과연 경찰이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상시적 감시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입에 지퍼를 채우고 발에 족쇄를 채움으로써 '불만'을 억누르겠다는 발상이 버젓이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데에야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런 사전 감시만으로는 모자랐던지 경찰은 '집회·시위 주최측에 합법적 시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시위장소와 방법 등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대책까지 내놨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자위에 출석해 '주요도로 행진금지, 학교와 군사시설 주변 집회 금지, 소음규제' 등 집시법 개악안의 골자를 관철시켰던 장본인이 바로 경찰이었다. 그런 경찰이 이제는 악법에 대한 정당한 불복종마저도 용서치 않겠다는 경고까지 보내고 있다. "산 속이나 바닷가에 나가 집회하란 말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개악 집시법에 불복종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의 행사 아니던가? 그런데도 경찰은 전·의경의 진압훈련을 강화하고 검거 전담 특수기동대를 확충하며 현장에서 검거하지 못한 시위자는 전담수사요원을 지정해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협박까지 잊지 않는다.
국민의 '불만'과 생각마저 일상적으로 감시 규제하고 악법에 저항하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마저 가로막으려는 경찰의 '갈등 예방책'은 민주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국민은 경찰에게 그런 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 오히려 국민 감시에 나서는 경찰력, 의사표현을 폭력적으로 가로막는 경찰력은 민중들의 더 큰 저항을 불러 결국 좌초하고 만다는 것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