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들러리'로 세운 채 인격을 무시한 정치인과 언론사, 복지시설에게 따끔한 일침이 가해졌다. 지난 2일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일산홀트복지타운을 찾아 중증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장면이 언론에 그대로 방영돼 장애인의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37개 장애·인권단체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문화방송, 연합뉴스, 일산홀트복지타운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인권교육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정 의장이 벌거벗은 중증장애인을 양다리를 치켜들고 목욕시키는 장면이 장애인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각종 TV와 신문에 적나라하게 방영되어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이번 사건은 장애인을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의 만연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장애인의 권리가 장애인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얼마나 쉽게 침해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 의장의 행동 자체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고 자기결정권과 주체성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차별적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예산확보 등의 인색함을 면피하기 위한 이중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정치인이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장애인을 이용하는 것 못지 않게 언론 또한 선정적인 볼거리 중심의 보도태도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동정심을 야기 시키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수지 활동가는 "언론이 취재원의 인권은 안중에 없고 장면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관심을 끌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산홀트복지타운의 인권의식 결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장애·인권단체는 "일산홀트복지타운이 왜곡된 자원활동을 통해 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사람의 이미지로 고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정치적 행위에 장애인이 이용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MBC와 YTN의 사과방송과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의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보도규정 마련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방송위원회에도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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