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권자·노점상·노숙인 등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외침이 3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 앞에서 울려 퍼졌다. '불안정 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 선언기획단'(이하 공동선언 기획단)은 3일부터 5일까지 가난한 이들의 인권주간을 선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동선언 기획단은 '빈곤이 인권침해이고, 우리사회 800만에 육박하는 빈곤층은 결국 불안정한 노동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국가인권위 진정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시혜의 대상이던 불안정노동자와 빈민들이 당당히 권리의 주체로 나서 국가에게 책임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권자 김태현(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씨는 한달 최저생계비 31만원으로는 실제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밝히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떡고물이 아닌 실질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급권자들은 진정서에서 최저생계비 계측방식 개선으로 "최저생계비 책정에 가구유형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고, 필수항목 증가와 항목별 급여 인상 등이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추정소득 부과지침을 철회하고 가구의 실제 소득을 근거로 생계비를 지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국가인권위에 요청했다. 추정소득 부과지침은 '주거 및 생활실태로 보아 소득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자' 등 모호하고 광범위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임의로 추정된 소득이 실재소득보다 높게 책정됨으로써 수급권자들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어 전국빈민연합회 최한용 씨는 "20여 곳의 노점상을 철거하기 위해 용역 200여명과 전경 2중대가 새벽 4시에 11톤 트럭 네 대 이상을 끌고 출동하는 것이 노점상이 겪고 있는 삶"이라며, "50대 이상 서민들이 하루 1~3만원 정도 수입을 주는 리어카마저 잃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냐"고 호소했다. 정부의 노점단속은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영위할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것. 특히 정부가 노점상을 철거하는 데 있어 대안적인 생계를 제공하지 않아 이들은 더욱 심각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서에서 노점상들은 "폭력적인 단속행위로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이에 대한 구제권고를 국가인권위에 요청했다.
노숙인의 건겅권과 프라이버시 침해도 이날 보고됐다. "IMF 이전엔 나도 세금을 빠지지 않고 냈던 서울의 시민이었다"라고 말하는 노숙인 김학식 씨는 "이제는 노숙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아플 때 병원을 찾아도 입원할 방이 없어 쫓기고, 신분 증명을 위한 서류를 이것저것 제출해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기 어렵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특히 진정서에서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노숙인정보종합관리시스템'이 노숙인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며 시스템의 폐기를 국가인권위가 권고할 것을 요청했다.
진정서 제출 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 허가제', '빈곤은 인권의 박탈', '11시간 노동에 임금은 56만원' 등의 피켓을 들고 집단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공동선언 기획단은 5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 앞에서 '이주노동자, 산재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선언' 기자회견과 진정서를 제출하고 오후 2시 에는 여의도 국민은행부터 영등포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또한 22∼24일에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제2차 공동행진이, 7월 16일에는 청년실업 해결과 여성노동권 실현을 위한 제3차 공동행동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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