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상위 1%가 아닌 후에야 임금노동자로 일한다.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임금을 통해 자신을 비롯해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물리적인 토대를 만든다. 임금을 통해 식량, 주거, 교육, 건강을 지속가능하도록 누릴 수 있으려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인간답게 살만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 전체노동자 1880만명 가운데 472만명(25.1%)이 저임금 계층이고 정규직은 75만명(7.2%), 비정규직은 397만명(47.3%)이 저임금 계층이다. 정규직은 16명 중 1명, 비정규직은 2명 중 1명, 저임금을 받고 있다.
√ 2015년 3월 기준 월 임금 총액이 여자(170만원)는 남자(279만원)의 60.8%이고, 비정규직(147만원)은 정규직(299만원)의 49.1%이다. 남자 정규직 임금(337만원)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177만원)은 52.7%, 여자 정규직(230만원)은 68.2%, 여자비정규직(121만원)은 35.9%이다.
√ 2015년 3월 기준 최저임금 미달자는 233만명(12.4%)이다. 이는 3년만에 60만명(2.5%) 증가한 것이다. 노동자 8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가입율은 정규직은 84~99%인데, 비정규직은 32~39%밖에 안된다. 정규직은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를 70~99% 적용받지만 비정규직은 19~39%만 적용받고 있다.
[출처: 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15-07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2015년 5월), 2015-06 한국 노동시장 진단과 과제, 2015-05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
OECD의 정의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는 중위소득의 2/3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 기준으로 볼 때, 2014년 현재 한국에서 월급 127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저임금 노동자에 해당하며, 그 비중은 2014년 3월 기준 전체 노동자의 25%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저임금 근로자의 특징과 시사점」, 2014. 7. 29]
√ 2015년 3월 기준 월 임금 총액이 여자(170만원)는 남자(279만원)의 60.8%이고, 비정규직(147만원)은 정규직(299만원)의 49.1%이다. 남자 정규직 임금(337만원)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177만원)은 52.7%, 여자 정규직(230만원)은 68.2%, 여자비정규직(121만원)은 35.9%이다.
√ 2015년 3월 기준 최저임금 미달자는 233만명(12.4%)이다. 이는 3년만에 60만명(2.5%) 증가한 것이다. 노동자 8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가입율은 정규직은 84~99%인데, 비정규직은 32~39%밖에 안된다. 정규직은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를 70~99% 적용받지만 비정규직은 19~39%만 적용받고 있다.
[출처: 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15-07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2015년 5월), 2015-06 한국 노동시장 진단과 과제, 2015-05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
OECD의 정의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는 중위소득의 2/3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 기준으로 볼 때, 2014년 현재 한국에서 월급 127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저임금 노동자에 해당하며, 그 비중은 2014년 3월 기준 전체 노동자의 25%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저임금 근로자의 특징과 시사점」, 2014. 7. 29]
위에 인용한 현황을 통해 알 수 있듯 저임금 노동자들의 상황은 임금으로 먹고살 만하지 못하다. 노동자들의 임금소득 자체가 낮다. 노동자 4명 중 1명은 저임금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은 일하면서도 빈곤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전체 노동자 8명중 1명꼴이다. 소득이 낮아 세금을 낼 수 없는 과세미납자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자는 3명중 1명이다.
또한 임금인상율은 경제성장률에 비추어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최근 6년간 연도별 실질 경제성장률은 2009년 0.7%,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 2013년 3.0%, 2014년 3.3%였다. 이 기간에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2.9%, 2012년 3.1%, 2013년 2.5%, 2014년 1.3%이다.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1.3%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전에 한국에서 다수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로 임금을 통한 소득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7년간 고용규제를 완화한 결과 850만명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고용불안과 저임금, 낮은 사회보험 가입율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일하면서도 빈곤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조건과 저임금의 구조가 한국 노동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형태, 빈곤의 상관관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제하는 조건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중심의 수출전략으로 재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나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미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재벌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조건으로 “불안정한 고용, 장시간·저임금 노동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재벌 중심의 수직 계열화된 하청구조와 간접고용 확대는 대기업의 입장에서 노동자를 유연하게 쓰다 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가계부채, 천백조원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가난한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까? 다양한 금융권으로부터 빚을 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2015년 6월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130조원에 이르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7%를 넘어선 규모다. 가난한 서민들은 임금으로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는 있을 수 있을지 모르나 주택보증금, 대학등록금, 병원비 등 목돈을 감당할 수 없어 빚을 낸다. 노동자가 사용가능한 소득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를 넘는다.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자영업을 시작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업체 수의 비율이 가장 높다. OECD가 발표한 『한 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는 1조4천450억달러, 사업체는 481만7천개로 집계돼 사업체를 GDP로 나눈 비율(GDP 단위 10억달러, 사업체수 단위 1천개 기준으로 계산)은 3.33으로 조사대상 32개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이 상당히 비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일자리가 없어서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링크)
재벌처럼 돈을 쌓아 놓고 살지 않는 이상 자영업자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업과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지난해 2014년 기준 자영업자 대출이 499조원이라고 집계했다. (관련기사 링크)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자영업자의 담보대출도 늘어났다. 창업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 생존율은 16.4%로 창업 후 6개 가운데 1개꼴로 살아남을 뿐이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빚과 생활고의 악순환 속에서 생존해간다.
빈곤한 자를 처벌하다
노동의 유연화와 더불어 찾아오는 것은 빈곤한 자를 처벌하기에 바쁜 정부의 역할 변화이다. 대대적인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예외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주류적인 고용형태가 되어 버린 현실, 탐욕스런 개발·재개발 정책이 가져온 환경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제와 수탈, 최소한의 공공적 통제를 벗어난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 소수자들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 등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고 왔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경제적 싸움터에서는 서서히 물러나고 시장에서 탈락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는 정책을 취했다. 시민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강화된 경찰력을 행사하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믿음(?)으로 경미한 행위까지 ‘범죄’라는 테두리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의 범죄율은 1981년 인구 10만 명당 935건에서 2012년 2,039건으로 지난 30여 년간 2.2배 증가하였다. 범죄율은 1981년부터 1991년(558건)까지 감소했다가 그 이후로는 전반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검찰청은 “1997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1998년에 범죄율 증가폭이 커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에 범죄자수가 1,118,253명으로 급증하여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빈곤율과 범죄율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빈곤율과 범죄율이 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의 전략은 어떠했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경찰 인원과 경찰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빈곤을 관리하는 경찰력의 확대를 더욱 체감하는 이유는 법과 제도의 개악, 일상의 삶에서 경찰력의 과도한 개입을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 첫 국무회의에서 ‘법과 질서’ 확립이라는 미명하에 경범죄처벌법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하였다.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시행령은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금지행위 중 ‘구걸행위, 무임승차 무전취식’ 등과 같이 빈곤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를 벌금형으로 다스리려 한다. 구걸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실제로 벌금을 낼 형편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기 위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것이다. 빈곤의 범죄화와 더불어 빈곤을 관리하려는 방법으로 이를 도덕적 해이로 낙인찍는 것도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부정 콜센터' 운영 등을 통한 부정수급에 대한 대대적 홍보, 국민감시 캠페인을 강화하면서 복지수급자를 예비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 건수가 늘어나고 이들 중에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가벼운 죄를 짓고도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노역살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받은 사람은 2012년 3만 9천 명, 2014년에는 3천 명이 더 늘어 4만 2천 명이나 된다. 벌금도 내지 못하고 노역도 할 수 없어 결국 지명수배자 신세로 전락한 사람도 18만 명에 이른다. (관련기사 링크) 벌금을 낼 돈이 없어서 몸으로 때우며 자유를 박탈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존재는 한국 사회가 처한 빈곤을 다시금 살펴야할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빈곤율 22% 사회, 노동을 통해 먹고 살만하지 않은 사회, 그런데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기만적인 이름으로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사회에서 우리는 숨 쉬고 있다. 빈곤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은 비단 어떤 비참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빈곤과 불평등이 한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에도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무감각한 것은 한국사회가 ‘회피’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불평등이 은폐되고 평등에 대한 감각이 훼손당하고 있는 진실, 이제는 그 진실과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 참고자료
김미곤, 2014년,「소득불평등 추이와 쟁점」, 『보건복지포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선, 2015년 「이슈페이퍼」 2015-07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2015-06 한국 노동시장 진단과 과제, 2015-05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 노동사회연구소
로익 라캉 지음, 류재화 옮김, 2010년, 『가난을 엄벌하다』, 시사IN북
이유미, 2015년, 「노동격차 청년실업 재벌이 책임져라」, 『월간 오늘보다 』통권 제8호,
인권운동사랑방, 1999년, 『인간답게 살 권리-IMF이후 사회권 실태 보고서』, 사람생각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2015, 「2015년 자료1 : 새로운 형태의 빈곤과 사회적 약자」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