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21일 오전 당내 의원 및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가보안법폐지 입법추진위원회(가칭) 준비모임(아래 준비모임)에서 제시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로드맵(아래 로드맵)'이 제시돼 국회 안팎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준비모임은 "대체입법이 아닌 형법에 의해 흡수되는 완전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목표로 "국가보안법 개정을 지향하는 당내 흐름이나 개폐에 동의하는 야당과 적극 협력하고 연대해 나감으로써 국가보안법 개폐를 17대 국회의 역점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31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내 의견을 종합·조정하여 8월 3일 국가보안법 폐지 테스크포스팀을 구성, 8월 20일까지 공론 형성 및 입법조사활동을 벌이고, 8월 25일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제출, 정기국회 내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환영을 나타내면서도 폐지 흐름이 개정이나 대체입법으로 흐를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민변 송호창 변호사는 "개정이나 대체입법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국가보안법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17대 국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제대로 만들어가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에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술단체협의회 김정인 정책위원장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집단을 설득하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개정이나 대체입법과 같은 타협적인 자세는 아주 위험하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폐지안을 제출하고 민주노동당 의원, 한나라당 내 동조 의원들과 전격적으로 폐지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어떤 방식으로 해나가야 하는가? 간담회 참석자들은 '국가보안법이란 무엇이고, 56년 동안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 국민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호창 변호사는 "대개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불안한 상황을 우려하는데 이것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은 "어떻게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느냐, 어떻게 국회 내에서 야당과 합의를 이루어내느냐가 국가보안법 폐지의 주요 관건이다. 여당 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당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힘들지 않다. 그런데 야당과 보수세력의 공세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 구체적 전략·전술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이 우리사회에서 구속자 양산이라는 외형적인 피해와 함께 내면화된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가협 박성희 간사는 "국가보안법이 유지되었던 세월동안 우리 국민에게 주입되고 강요당한 이분법적 논리, 자기검열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 기무사 내 공안관련 기구의 대폭적인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김승교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 국가보안법 처벌규정이 기존 형법 등 다른 법률로의 대체가능성을 비교·검토해 눈길을 끌었다. 김승교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3조∼12조의 처벌규정은 대부분 형법 등 다른 법률의 처벌조항과 중복되거나 가중 처벌하는 것일 뿐이고, 특히 형법 1장 '내란의 죄'와 2장 '외환의 죄'의 적용·해석을 통해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므로 처벌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5조2항(금품수수)와 10조(불고지)의 경우 처벌공백이 생기지만, 이 규정은 지나치게 처벌 범위가 광범위하여 그 동안 반인륜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만큼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된다고 해도 처벌공백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국가안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실재 형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처벌조항으로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간담회는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의 수명을 끝장내기 위한 전략 토론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열린우리당 내 국회의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협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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