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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의 한달

사랑방의 한달(2015년 2월호)

정보통신망법과 국가보안법에 의한 경찰의 검열, 실태조사 시작

사회단체들이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회원들을 물론이고 시민들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홈페이지를 사찰하여 ‘불법’ 정보라는 이름하에 삭제요구를 사회단체에 종종 해오고 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국가보안법폐지연대와 함께 경찰의 검열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게시물 삭제 요구는 각 사회단체들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익명의 북한 관련 글들이 주된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학자 단체인 민주법연 홈페이지 상의 정태욱 교수의 북한 관련 글을 삭제하라는 경찰의 요구가 있었고, 해방연대의 경우 북한과 무관한 내용임에도 단체 명의의 글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엔 중앙일간지인 서울신문사가 북한 관련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어떤 글들이 어떤 기준으로 삭제되고 있는지 계속 수집 분석하여 문제제기 해나가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가보안법에 저항하는 것은, 처벌과 낙인을 감내한 소수의 사람들만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작은 것부터 저항을 시작하고 독려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인권운동장,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결정의 의미와 인권운동의 과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인권운동의 연대를 촉진하기 위해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열었던 모임에 ‘인권운동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한 활동을 벌여내고 있는 단체와 개인들의 고민을 모아서 키우고 나눠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뛰어놀고 싶잖아요~ 첫 번째 순서는 긴급토론회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결정의 의미와 인권운동의 과제>였습니다. 발제와 토론에 이어 활발한 전체 토론이 이어졌답니다.

강제해산을 여러 공안탄압 사건 중의 하나로만 보기에는 의미가 매우 중대하다는 데에 모두들 공감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가기 위한 연대가 절실하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였지만 우리가 세우려는 ‘민주주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핍진해지는 우리네 삶에서 그저 형식적인 절차나 제도의 문제로 민주주의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한편, 국가보안법과 같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오갔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위력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악행을 일삼고 있는 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힘은 약화된 현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제인권기구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짚어져야 할 것들도 보였고요. 다른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훼손될 때마다 핑계로 들먹여지는 ‘북한’에 대해 다르게 얘기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구조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했고요.

토론회에 이어 긴 시야로 실천을 모색하자는 다짐을 하며, 압수수색 실제 대응요령 교육을 이어서 진행했습니다. 다음 인권운동장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며 인권운동이 틔운 싹>이라는 주제로 존엄과 안전위원회, 작가기록단 등의 활동을 짚어봅니다.

 

 

자유권규약 질의목록 유엔에 발송

한국 인권사회단체들은 자유권규약에 따른 한국의 인권상황 심의를 앞두고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약식보고서」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 1월 15일 발송하였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국가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 집회의 자유 부분을 맡아 집필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의 인권상황을 핵심으로 짚을 수 있는 질의목록을 통해 한국의 인권실태가 잘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용산참사 6주기,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6주기가 돌아오기 며칠 전, 용산참사의 마지막 구속자가 형기를 모두 마치고 석방되었습니다. 동료와 가족을 죽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시간 동안,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오사카 영사, 국회의원 후보 등을 거쳐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되었지요. 여전히 참사의 원인도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이대로 묻힐 수는 없습니다. 2차진상조사단이 구성되어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과제를 정리했습니다. <인권오름>에 연재 기사로 실리고 있으니 꼭 읽어주세요. 김석기가 무전기를 꺼놓았다는 말로 모든 책임을 빠져나간 것을 기억하시나요? 만약 무전기가 필요 없는 거리에 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집무실과 상황실이 바로 옆방이었다는데, 김석기가 진압을 직접 지휘했을 정황에 대해서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잔혹한 국가폭력에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7주기가 돌아오기 전에, 조금 더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혐오>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2014년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서북청년단, 일베 그리고 서울인권헌장관련 동성애 혐오 세력까지, 낯선 단어였던 혐오는 어느덧 언론과 포탈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사실 혐오는 그 이전부터 반차별운동, 인권운동에서 고민해왔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빨리 노골적으로 등장하고, 세력화 되리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올해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해보려 합니다. 아직은 어려운 주제, 어려운 문제이지만 맞댄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어떻게 바라보고 싸워야 할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즈 환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국립 요양병원을 마련하라!

2014년 사랑방이 결합한 에이즈 환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요양병원 대책위에서는 올 한해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국립 요양병원 확보를 목표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2월 토론회와 함께 올 한해도 열심히 싸워나갈 수 있도록 많은 힘 부탁드립니다.

 

 

KT 직장내 괴롭힘, 노동건강포럼에 참여

1월 17일 노동건강포럼에서 'KT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거기서 실태조사팀이 제안하는 몇 가지를 사람들과 공유했어요. 우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좀 더 넓은 범위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모욕적 언행과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 틀이 없고,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상시적 고용불안과 성과주의적 기업운영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워 인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노동부 등 중앙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현행법으로는 풀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실태조사를 하여 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 기업과 관리자들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의제화 없이 만들어진 법제도는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직장 내 괴롭힘의 당사자들의 힘을 키우는 자력화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근로계약이 노동자의 인격까지 파는 노예계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이후 직장 내에서 인간적인 모욕, 신체, 정신적 학대 등이 빈발함으로써 근로계약이 사실상의 노예화로 귀결되고 있고 우리 사회의 인간 존엄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심각한 인권침해로 바라보기보다는 직장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그릇된 인식이 사회적으로 만연되고 있습니다. KT 혹은 대한항공과 같은 특정 기업의 반인권적 경영 행태의 문제로서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사회의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노동 시민단체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합니다. 셋째, 정부와 국회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소통, 그를 통한 사회적 공론화를 바탕으로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제화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할 때 근로기준법의 개정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직장내 괴롭힘, 다무라 선생과의 간담회

1월 19일 일본에서 온 다무라 선생과 간담회를 열어 일본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들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아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제화는 안되었지만 정부가 실태조사도 하고 상담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른 노조나 기업의 의무 등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한 얘기를 들으며 아직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게 실감됐습니다.

 

 

사무금융 직장 내 괴롭힘 조사도 함께 하기로

KT 실태조사 이후 더 많은 곳에서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언을 한 만큼 한군데를 더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증권 등에서 이루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알려진 만큼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가입 사업장이나 조합원도 많은 만큼 실태조사의 비중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전원위원회에서 시민사회 비난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1월 12일 전원위원회에서 “다른 나라는 NGO가 (ICC에 자국 인권기구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 NGO는 국론 분열이 될 정도로 이의제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병철이 시민사회를 어떻게 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 네트워크(ANNI)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NGO는 국가인권기구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면 ICC에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ICC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사회는 인권정책을 세울 때 약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반영하기 때문에 NGO와의 협력을 중요시합니다. 이에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가 공동으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ICC 이행방안토론회> 인권단체 불참선언

인권위는 ICC등급보류에 대해 시민사회 탓을 하면서도 <ICC이행방안토론회>에 인권시민단체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시민사회를 구색 맞추기, ICC 보고용을 위한 알리바이용이라며 인권위의 공식사과 없이는 참가할 수 없다고 의사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진정성 없는 사과가 아닌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특히 이번 현병철의 발언처럼 전원위에서 막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원위 회의록에 인권위원이 익명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관행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토론회 불참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토론회장 앞에서 피켓팅을 했습니다. (* 관련해서 [활동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세요.)

 

 

특별조사위원회에 딴지 걸지 마라

4.16 특별법에 따라 설립될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말썽이네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세금 도둑’이라며 딴지를 걸기 시작했지요. 특별법에 이미 특별조사위 사무처 직원 수가 정해져있는데 그게 많다는 둥 트집을 잡다가 꼬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습니다. 황전원 특별조사위원(새누리당 추천)은 설립 준비단을 해산하라는 엉뚱한 주장을 하다가, 17명 위원 전원 결정으로 준비를 이어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에는 설립 준비단에 파견됐던 정부 부처 직원들을 복귀시켰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둘러 준비해서 출범해도 시간이 아쉬운 지금, 정치적 잣대로 특별조사위 출범을 지연시키려고 하니 가만히 둘 수가 없네요. 정부 여당이 가진 권한을 휘둘러 국가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까지 무력화하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따끔한 비판이 필요한 때입니다.

2월 3일(화)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정상화를 촉구하는 각계 선언 기자회견, 2월 4일(수) 특별조사위 무력화시키려는 새누리당 규탄 가족협의회 기자회견 등의 대응 활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진실과 안전을 향한 길을 멈추지 않는 것이겠지요. ‘(가)진실과 안전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간담회 등이 이어지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던 여러 단체, 지역의 풀뿌리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흐름을 엮어가려고 합니다. 1월 25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사단법인을 설립한 세월호 가족들이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진실과 안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해가 될 듯합니다.

 

 

온전한 인양, 온전한 진실 - 팽목항에서 외치다

 

지난 1월 26일부터 세월호 가족들이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팽목항까지 스무 날 동안 걸어서 갑니다. 이 소식지가 전해질 때쯤엔 목포를 지나고 있을 듯도 합니다. 행진이 지나가는 지역에 있는 후원인 분들은 시간 내어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쌀쌀한 겨울 날씨에 아픈 몸 추슬러 걷는 이유는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에서 ‘인양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조사 활동을 벌이고, 3월경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결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국민들이 인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미 작년부터 몇몇 정치인들이 인양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기에 녹녹치만은 않을 듯합니다.

작년 11월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을 수습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인양을 받아들였습니다. 잠수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며 수색작업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지요. 그 말을 꺼내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괴로웠을까요?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을 기다리며 인양 촉구를 함께 외쳐주세요. 세월호의 인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을 검토하기 위해 선체는 있는 그대로 인양되어야 합니다. 2월 14일(토) 오후 5시, 팽목항에서 범국민대회가 열립니다. 기다림의 장소, 진실을 향한 투쟁의 장소, 팽목항에서 2015년의 첫 약속을 지켜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