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위해 발의되었던 '서울시학교급식지원에관한조례안'이 시의 관료적, 편향적 자세로 자칫 왜곡 실시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28일 서울시 '조례규칙심의위원회'는 서울시민 2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서울시학교급식지원에관한조례안'과 이에 대한 '서울시의 검토 의견'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서울시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급식 재료로 국내산 농수산물을 사용 △조리종사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학교급식심의위원회'의 신설 등 조례안의 핵심적인 부분을 서울시가 왜곡, 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WTO협정을 이유로 국내산 농산물의 사용에 난색을 보이자, 운동본부 측은 '건강한 학교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의지가 과연 있느냐'고 반문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WTO협정의 부속서인 GATT협정의 '내국민대우원칙'은 상업적 재판매 목적이 아닌 정부 조달을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조달협정 자체가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서울시가 WTO 협정의 위배 여부를 과도하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조달하는 급식 재료를 포함,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급식 재료 역시 미국산 농산물에 한하여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외국산 농수산물이 WTO 등의 국제 기구들과 다국적 기업의 비호 아래,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식탁을 잠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서울시의 검토 내용은 학교급식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조례안의 취지와는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운동본부는 서울시가 학교 급식을 위한 필수적 제반 요건인 시설비 지원의 범위를 제한하고, 조리 종사원의 적정인원수 확보와 고용조건개선을 위한 지원 요구에는 묵묵부답이었다고 비판했다. 조리업 종사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권 보장이 학생들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시설 확보와 인건비 확충 등에 "예산을 적극 배정하고, 추가 재정 부분의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발의안에서 주민들은 학교급식의 주체가 참여해 급식문제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학교급식심의위원회'설립을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축소코자하면서 운동본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서울시의회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대변하고, 시민이 요구하는 조례 내용을 그대로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주민 발의의 방식으로 제기되어 직접 민주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급식조례제정운동이 내용적 측면에서 역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