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노무현 정부가 집권 3년째를 맞이하는 때이다. 2월 25일 국회에서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의 집권구도를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개방형 통상국가’라는 국정방향을 통해 집권 초기에 강조했던 '평등과 분배' 대신에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교육/의료/법률부문의 전면개방이 올해의 방침이라고 발표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집권 초기 ‘반짝’ 개혁 혹은 ‘시늉’이라도 하던 때에 비추어 남은 3년 동안 시장의 논리에 충실한 국정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노동법 개악 등 노동에 대한 공격도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이고, 빈곤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이상 사회부문에서의 ‘개혁’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교육, 의료운동진영에서는 이 영역의 시장화에 저항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과거사 등 개혁입법(사립학교법,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등), 사법개혁 등 일부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조건이 올해뿐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노무현 정부는 이 영역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안을 두고 정치권 내에서의 갈등과 운동진영의 압박 등 변수에 따라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얼마나 진전을 이룰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올해 초 북이 핵보유 선언, 6자회담 탈퇴 등 통해 다시금 북-미 긴장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다자간의 틀이든 양자간의 틀이든 북과의 협상을 시도하면서도 여전히 북에 대한 압박을 끈은 놓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인권을 필두로 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강화하고, 북에 대한 고립?봉쇄를 중심으로 한 저강도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인권에 대해 침묵과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지만, 북과는 협력과 교류를 지속할 것이다. 진보운동진영도 ‘북인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보적인 입장’을 구체화하고, 북인권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와 한반도 내 남-북 인권의 공동 증진이라는 목표 하에 반 인권적인 제도를 제기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
이러한 경제/사회적 조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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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외국자본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한일, 한미, 아세안 등 자유무역협정 체결 본격화
②비정규직 노동법 개악과 기업규제 완화
③신노사관계 로드맵이라는 이름의 노사협조주의 강요와 물리적 탄압
④일부 개혁입법 추진과 사법개혁 진행
⑤ 미국에 의한 북 인권 공세와 북에 대한 고립화 지속
⑥해방6주년을 맞아 다양한 차원의 남북교류 활성화 및 한반도 평화 증진의 계기 마련
⑦민중운동에 대한 도덕성 시비와 이익집단으로의 공격
개혁 대 수구/ 노동 대 자본+노무현정부 / 평화 대 반평화 등 2005년은 다양한 세력들에 의해 예년과 달리 복잡한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거사통합법 제정운동, 사법개혁운동, 자유무역협정 반대운동, 세계무역기구 교육,보건의료 부문 서비스 개방반대 운동, 민주노총/보건/의료운동진영의 무상의료운동, 비정규직법 개악반대 운동, 한반도평화운동 등으로 구체화될 것인데, 이슈에 따라 통일전선의 대상이 달라질 것이며 매시기 중요성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요청된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모두 개입할 수는 없어도 정확한 입장을 가질 필요는 있으며, 여력이 가능하다면 방어, 공격할 수 있는 인권적 논리를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
2. 사회권 영역에서의 전망
사회공공성의 후퇴, 불안정노동의 심화, 빈곤의 심화는 하나의 고리처럼 사회권의 전면적인 후퇴를 예고하고 있다. 사회권 실현이 ‘공공성 확립’으로 나가야 함에도 국가정책이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재편되고, ‘경쟁력’이라는 이름 하에 사회권은 사라지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와 자본은 파견업종 전면 확대를 전제로 한 비정규노동법개악 등은 불안정 상태의 노동자를 확대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내 임금차별을 노동자 내 갈등 구조로 강조하면서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강행할 것이다. 이에 따른 노동권의 후퇴가 예상된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가난한 노동빈곤층을 증가시키고,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빈곤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접근보다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정책?에 머물러 빈곤심화를 극복하겠다는 무대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편 사회교섭 혹은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다층(노동 vs 자본+국가/ 정규직vs비정규직)의 충돌과 갈등이 격화될 것이다. 정부나 자본은 노동자 계급 및 민중운동 진영에 대해 사회적 포섭의 전략으로 ‘사회적 합의’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민중진영의 힘있는 투쟁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인권운동 역시 이에 대한 대응과 입장이 필요하다.
3. 자유권 영역에서의 전망
노무현 정부는 형식/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해 과거청산과 자유권 영역에서의 일부 진전된 개혁을 시도할 것이다. 국가차원의 조사와 개입 등으로 일정부분 성과는 남겠지만, 조사의 한계, 민간의 역량 부족 등 과거사의 모든 의혹을 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가 항상 폭발성을 갖고 있으며 수구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불처벌 문제와 관련 가해자에 대한 처벌(최소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이 이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도덕적 공격)과 공소시효입법화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테러 조치의 일환으로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테러방지법 제정 기도는 지속될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내 테러방지법 제정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 이를 통해 대테러 조치와 관련한 국정원의 권한 강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6명이 올해 개편되며, 헌재 재판관도 6명이 내년에 바뀌는 상황. 즉 사개추위의 활동과 사법부 지도부의 교체가 맞물리면서 사법개혁의 좋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 검찰개혁 관련 계획과 활동은 매우 미흡하여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방향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또한 검찰 내 과거사위원회의 활동도 검찰개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강기훈 사건의 해결도 검찰 개혁의 큰 파장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반도 평화
또다시 유엔 61차 인권위에서는 대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북한인권법이 발효되는 등 북인권에 대한 관심은 매우 고조될 것이다. 특히 국제 NGO들이 북인권 문제를 다루기 시작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6.15와 해방60주년이라는 대규모 이벤트로 인한 관심과 함께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이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인권법 발효에 따라 북인권특사를 임명하고, 각종 지원을 시작하며 보고서(대북라디오 방송/대북 라디오 제공/대북인도적 지원과 식량지원 등)를 제출할 것이다. 일본은 유골문제 시비를 지속시키면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것이며, 국내에서 대규모 북인권회의, 노키아 회의(2/17-18) 개최 등 국내외적으로 북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다. 국제 NGO들이 북인권에 대해 중도적 개입을 해도 이들이 여전히 자유주의적 인권관에 따라 북인권을 바라보기 때문에 북정권은 압력과 공세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05년은 북인권에 대한 진보운동 진영의 대응이 한차례 높아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겠다. 그동안 북인권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마련하고 이것을 운동사회 내 퍼트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면, 이제는 '대 국내/국제적으로도/북인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보적인 입장'을 구체화하고, 북인권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와 한반도 내 남-북한 인권의 공동 증진이라는 목표 하에 반인권적인 제도를 문제제기 해야 한다. 또한 북인권 각론작업에 대한 진보적 입장 마련도 시급하다. 2005년은 해방60주년과 맞물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는 것을 계기로 국내 평화, 인권이슈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