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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인권위, 국보법 전면 폐지 권고

인권·사회단체 환영 … "이제는 국회가 폐지로 답할 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국가인권위는 11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번 권고는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국가기관이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가인권위 김창국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은 몇 개 조문의 개정으로는 문제점들이 치유될 수 없기에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은 '임시로 제정'될 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연이은 개정도 국민적인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이루어져 존재 근거가 빈약한 반 인권적인 법"이라며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의 '행위 형법의 원칙'에 반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다"고 권고 결정의 근거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남북고위회담, 정상회담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거나 국가보안법과 더불어 탈냉전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같이 존재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분단 및 냉전 체제 당시와는 시대적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시대적 당위를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폐지 후 대체입법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가보안법 3조에서 13조까지의 처벌 규정은 대부분 형법이나 다른 법률의 처벌 조항과 중복되거나 가중 처벌하는 것일 뿐"이라며 "형법의 적용·해석을 통해 충분히 규율이 가능해 처벌 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사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환영을 표하며 국회가 권고사항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제 17대 국회가 답할 때"라며 "국가인권위의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권고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도 "국가인권위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냉전시대에 한시적인 법률로 탄생하여 56년간이나 우리 사회와 국가를 눌러왔던 국가보안법을 이번 국회에서 완전히 철폐하지 않는다면 17대 국회는 미래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법규정의 애매함이나 역사적으로 적용과정을 볼 때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와 인권실현에 암세포 같은 존재"라며 "국가보안법을 형법에 흡수하거나 개정하자는 것은 암세포를 우리 몸 속에 남겨두자는 주장과 다름없다"고 주장,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국가보안법의 형법 흡수 의견에 대해서 비판을 가했다.